한국 최초의 순교자 유해가 발견된 전북 완주군 초남이성지의 역사 재조명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최근 성지에 대한 추가 발굴 작업이 시작된데 이어 학술발표회가 잇따라 열렸다.
완주군과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 천주교 전주교구 호남교회사연구소는 공동으로 31일 군청 대회의실에서 초남이성지 2차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초남이성지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높이기 위한 이번 행사에서는 ‘조선 후기 전라도 지역 순교의 역사적 의미’와 ‘종교문화유산으로서의 위상 제고 방안’에 대한 주제 발표와 전문가 토론이 이어졌다.
조광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조선후기 정치·사상적 변화와 천주교’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에서 초남이 및 바우배기 일대 발굴 및 성지화 작업과 관련, 로마 시내 중심부 포로 로마노 사례를 들며 “성지 개발이 성지 파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소박한 무덤은 소박한대로 보존될 때, 바우배기 성지는 더욱 성지다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남해경 전북대 교수는 “초남이성지와 바우배기를 종교 차원의 역사적 장소를 넘어 국가문화재, 세계적 평화의 장으로 조성하는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학술 토론은 지난해 12월9일 ‘최초 순교자 유해 발굴의 의의와 역사재조명을 위한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1차 학술세미나에 이어 두 번째다.
앞서 완주군과 천주교 전주교구는 지난 16일 완주군 이서면 남계리 바우배기 현지에서 초남이성지 추가 발굴 착수 보고회를 가졌다. 5월까지 40여일간 이어질 발굴 작업은 순교자 유해와 함께 무덤터, 유물 등에 대한 유적 보존과 정비, 문화재 지정 등을 위해 진행된다. 사업부지는 648㎡로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가 맡아 진행한다. 또 완주군과 천주교 전주교구는 지난 2월 문화재청을 방문, 초남이성지의 국가문화재 지정을 요청했다.
초남이성지는 지난해 3월 한국 천주교 최초 순교자 유해와 유물이 발견된 곳이다. 이곳에서는 신해박해(1791년) 때 순교한 윤지충 바오로, 권상연 야고보 복자의 유골과 신유박해(1801) 때 순교한 윤지헌 프란치스코 복자 등 3인의 유해와 유물이 확인됐다.
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