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전력 보강 착실… 신구 조화 앞세워 2연패 정조준

입력 2022-04-01 04:07

2021년은 누가 뭐래도 KT 위즈의 해였다. 창단 8년 만에 통합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KT는 ‘막내 구단’ 꼬리표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KBO리그 최강팀으로 거듭났다. 76승59패9무로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고 한국시리즈에선 가을 DNA를 앞세워 업셋을 꿈꾸던 두산 베어스의 돌풍을 4연승으로 잠재웠다. 착실한 전력 보강과 체계적 선수 육성이 맞물려 신구 조화가 나무랄 데 없었다. 마흔살 베테랑 유한준의 허슬 플레이가 우승반지로 보답을 받고 아름다운 은퇴를 선언한 것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시즌 마무리였다.

마법사들은 이제 디펜딩챔피언 자리에서 2연속 통합우승을 노린다. 전력 누수도 거의 없다. 내부 FA 황재균과 장성우를 100억원 넘게 투자해 눌러 앉혔다. 외부 FA로 거포 박병호를 3년 30억원에 영입해 장타력 보강과 함께 유한준 은퇴로 인한 리더십 공백도 메웠다. 조일로 알몬테와 제라드 호잉이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외국인 타자 자리에는 파워와 콘택트를 겸비한 스위치히터 헨리 라모스를 영입했다. 역시 스위치히터로 2019년까지 대활약을 펼쳤던 멜 로하스 주니어 같은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선발 평균자책점 1위(3.69)에 빛나는 마운드는 누가 1선발로 나서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로테이션 멤버 모두가 견고하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윌리엄 쿠에바스 원투 펀치는 어느 구단 외인 투수들과 맞붙어도 밀리지 않는 카드다. 사실 KT 선발진의 무서움은 국내 선발 3인방의 존재감에 있다. 남다른 안정감의 고영표와 팀 최초 토종 10승 투수인 배제성, 신인왕 출신 소형준은 올해도 흔들림 없는 편안함을 선사할 전망이다.

LG에 이어 평균자책점 2위(3.68)를 기록한 불펜도 모자람이 없다. 30세이브를 보장하는 마무리 김재윤을 중심으로 셋업맨 주권과 박시영 김민수 심재민 등이 승리 상황을 책임진다. 6선발 또는 롱릴리프 역할의 엄상백, 좌완 스페셜리스트 조현우, 추격조 전유수 안영명 등 선택 가능한 옵션도 차고 넘친다. 특히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활약을 통해 비밀병기로 떠오른 1차 지명 신인 박영현도 개막 엔트리 진입이 충분한 전력이다.

개막을 앞두고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이자 1루 골든글러브 수상자 강백호가 새끼발가락 골절로 이탈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강철 감독은 “피로골절 등도 있어서 회복에 3~4개월 걸릴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시즌 초반에는 베테랑 박병호가 1루를 맡고 오윤석이 수비 이닝을 나눠 갖다가 강백호 복귀 이후엔 1루수와 지명타자 자리에 번갈아 출장할 가능성이 높다.

황재균이 3루, 심우준이 유격수 주전라인업으로 출발한다. 지난해 타격에서 부진했던 주전 2루수 박경수는 풀타임을 소화하기보다 시범경기 장타를 선보인 오윤석과 신본기 김병희 등 유틸리티 플레이어들이 출전 시간을 나눠 가질 것으로 보인다. 주전 포수 장성우가 건재하지만 백업 허도환이 이탈하면서 헐거워진 안방은 일발 장타가 장점인 김준태가 뒤를 받친다.

외야는 공수겸장 배정대와 ‘제2의 로하스’ 라모스가 중견수와 우익수를 오가고 좌익수로는 조용호가 주전으로 나선다. 지난해 타격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조용호의 공격 기여도가 떨어질 경우 정확도 높은 타격을 선보이는 김민혁을 필두로 송민섭 문상철 등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현시점에서 KT의 시즌 플랜은 팀 핵심 강백호 없는 전반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렸다. 당초 강백호-박병호-라모스로 구상했던 클린업 트리오는 박병호-라모스-장성우가 들어간다. 1, 2번 테이블세터로는 조용호와 황재균이 선봉에 서고, 배정대 심우준 박경수 김민혁 등이 하위타선을 이룬다. 이 감독은 “일단 가보고 연결에 문제가 있으면 김민혁을 1번, 조용호를 3번에 쓰는 방법도 생각 중”이라고 언급했다.

갑작스러운 전력 차질이 있다 해도 챔피언은 챔피언이다. 사령탑은 흔들림 없는 결의로 우승후보 다운 모습을 보여주길 선수단에 기대하고 있다. 이 감독은 “팀에 이런저런 상황이 생길 수 있지만 반대로 그 속에서 기회를 잡는 선수도 생긴다”며 “우리는 한 사람만 야구하는 것이 아니라 ‘팀KT’다. 선수들 모두 지금 상황을 극복하면서 시즌 초반을 잘 지나가자”고 주문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