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경쾌한 발차기

입력 2022-04-01 04:06

지역사회에서 공공체육센터, 지역 도서관, 평생학습관 같은 공공시설이 얼마나 중요한 자원인지 실감하는 요즘이다. 코로나19 거리두기 방침으로 많은 체육시설이 문을 닫았을 때 마땅히 운동할 곳을 찾지 못했다. 그때 우연히 알게 된 수영장은 교육기관에서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대신 인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수영반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곳은 기존 회원에게 수강 우선권을 부여하는 여느 체육시설과 달리 기존·신규 회원 모두 같은 날 동일한 조건에서 등록해야 한다는 철학이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 덕분에 신규 회원이었던 나도 수영반을 등록할 수 있었다.

수영을 시작한 지 반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아서 물에 빠질 것 같은 두려움에 무서웠다. 선생님은 물에 익숙해지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경쾌한 발차기를 상상해 보라고 조언해 주셨지만 쉽지 않았다. 물을 먹는 날이 많았고, 기본 동작인 자유형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여전히 초급반이지만 지금은 기본 동작을 익혔고, 물속에 퐁당 뛰어드는 스타트를 할 정도로 대범해졌다. 아침 수영을 하다 보니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이 생겼고 활력이 돌았다. 몸에 근육이 붙으니 내 삶에도 근력이 생긴 기분이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1’ 보고서에는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동안 사회적 고립도가 증가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역 공공시설의 기능과 효용이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지역 주민들이 거리두기 상황에서 고립감을 느낄 때 관계를 단절하는 대신 사회적 관계를 지속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 연령, 빈부격차, 장애 여부를 떠나 모두가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기획하는 것 말이다. 정보나 이동의 제약으로 이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공공기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내가 경쾌한 발차기를 꿈꿔 볼 기회를 누릴 수 있던 것처럼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운동할 날을 상상해 본다.

천주희 문화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