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과학연구소, 北 ICBM 의식했나…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성공’ 전격 발표

입력 2022-03-31 04:06
충남 태안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종합시험장에서 30일 발사된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가 화염을 내뿜으며 서해 상공을 날아오르고 있다. ADD는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의 성능을 검증하는 첫 번째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발사 성공 사실을 사전 예고 없이 공개했는데, 최근 북한이 우주발사체와 거의 동일한 기술이 적용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 올린 것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방부 제공

군 당국이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 첫 시험발사 성공 사실을 30일 공개했다. 사전 예고 없는 전격 공개로 최근 북한이 정찰위성 개발을 명분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연이어 쏘아 올린 것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이날 서욱 국방부 장관 및 각 군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의 성능 검증을 위한 첫 번째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미사일 지침’이 종료되면서 발사체 개발에 속도가 붙은 데 따른 결과물이다. 그동안은 미사일 지침 때문에 고체연료 기반 발사체 개발이 어려웠다.

고체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추진기관은 소형 위성 또는 다수의 초소형 위성을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우주발사체에 사용된다. 액체연료 추진기관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구조도 간단해 대량생산에 용이하며, 사전에 연료를 미리 주입해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국방부는 추가 검증을 거쳐 실제 위성을 탑재해 발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군에서 확보한 기술이 민간에 이전되면 국내 우주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군 당국은 기대했다. 다만 예고 없이 진행된 이날 시험발사가 최근 북한의 ICBM 발사를 염두에 두고 여론전을 펼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국방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최근 북한이 모라토리엄(핵실험·ICBM발사 유예)을 스스로 파기하고 ICBM을 발사하는 등 매우 엄중한 시기에 이번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의 시험발사 성공은 우리 군의 독자적인 우주기반 감시정찰 분야의 국방력 강화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우주 영역이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영역임을 인식하고,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를 비롯해 국방 우주전력을 조기에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날 군의 발표가 북한을 자극해 남북 간 군비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가 앞선 기술을 선보이면서 위기감을 느낀 북한이 새로운 미사일 시험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은 ICBM을 연이어 발사하면서 정찰위성 개발시험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ICBM에는 우주발사체와 사실상 동일한 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이 김일성 생일 110주년(4월 15일) 등을 계기로 추가 ICBM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