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학과 정책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이 꼽은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경제 정책 1순위는 ‘부동산’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없었으면 하는 분야도 부동산이 첫손에 꼽혔다. 재정을 투입한 직접 일자리 창출 위주였던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 역시 새 정부가 손대야 할 분야로 지목됐다. 문재인정부의 경제 정책 평가는 낙제점(5점 만점에 2.57점)을 면치 못했다. 정부가 시장과 싸워 이기려다 피해가 국민에게 전가됐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국민일보는 이달 중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과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정책·행정을 전공하는 재학생 54명을 대상으로 정부 경제 정책과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결과의 공정성을 위해 외국인과 언론에 종사 중인 재학생은 제외했다.
30일 설문을 분석해 보니 새 정부가 반드시 추진했으면 하는 경제 정책을 묻는 주관식 질문에 핵심 키워드는 ‘부동산’이었다. 답변 중 어떤 단어를 가장 많이 꼽았는지 키워드 분석(그래픽)을 한 결과다. 응답자들은 “20, 30대 청년들처럼 이제 막 경제활동인구에 편입된 세대를 다독이려면 집값을 잡는 게 1순위” “사유재산을 인정하면서 빈부격차, 쏠림 현상, 투기 등 악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일자리’ 키워드가 11번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응답자들은 특히 청년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들어 “고용 상황이 뚜렷한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젊은 예비박사들의 생각은 달랐다. 한 응답자는 “단기 일자리 창출 등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닌 장기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키워드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없었으면 하는 분야를 묻는 주관식 설문 답변에도 21번으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응답자들은 문재인정부가 28번에 걸쳐 부동산을 건드리면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점을 지적했다. 정부 정책 최소화를 강조한 응답자는 “부동산은 사람 심리와 맞물리는 부분이 있어 굳이 정부가 손댈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혼란스러워지기도 한다”고 답했다. 두 번째로 많이 반복된 키워드는 ‘기업 경쟁력’(17번)이었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주체가 기업이라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 응답자는 “지방 기업의 임금 수준이 수도권 수준 이상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해 성장·고용 유지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세종=신준섭 심희정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