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패배 갚아주마… ‘명가 재건’ 200억 투자

입력 2022-03-31 04:05
지난 시즌 삼성 라이온즈는 KT 위즈와 76승59패9무 승률까지 동일한 공동 1위로 패넌트레이스를 마무리했다. 초유의 1위 결정전에서 한 점 차로 패하며 한국시리즈 직행 대신 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베어스를 맞이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데다 라인업에서도 비교 우위를 점해 어렵지 않게 승리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가을 DNA'를 뽐낸 두산에 시리즈 전적 0대 2로 패해 최종 3위로 내려앉으며 아쉬운 뒷맛을 남겼다. 그럼에도 희망을 본 한 해였고, 올해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정규리그 5연패와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하며 군림하던 ‘왕조’ 삼성은 2015년 두산에 왕좌를 넘긴 이래 5년간 하위권을 전전했다. 지난한 리빌딩 터널을 빠져 나와 지난 시즌 비로소 우승경쟁에 복귀하며 명가 부활을 알렸다.

구자욱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는 내부 FA 투수 백정현과 포수 강민호를 잔류시켰다. 더불어 예비 FA 구자욱과 5년 120억에 다년계약을 하며 총 200억에 가까운 투자로 전력 유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리드오프 박해민이 FA로 이적하긴 했지만 심창민을 트레이드 카드로 주전급 백업 김태군을 영입하고 보상선수로 김재성을 지명하는 등 포수진을 강화했다. 계륵과 같았던 해외파 이학주를 롯데로 보내고 투수 최하늘을 데려왔다.

삼성이 지난해 선전할 수 있었던 키워드는 데이비드 뷰캐넌-원태인-백정현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선발 트리오였다. 44승을 합작한 세 선수에 더해 최고 160㎞ 강속구를 뿌리는 새 외인 투수 앨버트 수아레즈가 KBO리그 연착륙을 노린다. 남은 로테이션 한 자리는 양창섭과 장필준이 경합한다.

오승환

돌아온 ‘돌부처’ 오승환은 역대 최고령 단일 시즌 40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우며 44세이브로 구원왕 타이틀을 되찾는 건재함을 과시했다. 올해 역시 뒷문을 든든히 단속할 수호신 역할이 기대되는 가운데 셋업맨으로는 베테랑 우규민이 나선다. 다만 필승조의 연령대가 높다 보니 미래자원인 젊은 불펜의 선전은 필수적이다. 포스트 오승환으로 주목받는 홍정우의 쓰임새가 한층 커질 가능성이 높고, 부상에서 복귀한 최충연과 이승현(좌·우완 동명이인)들, 김윤수 등도 계투진에 깊이를 더해줘야 한다.

우규민
김상수

지난해 골든글러브를 되찾아오며 ‘회춘’한 강민호는 FA 재계약과 함께 올해도 안방을 책임진다. 강민호가 노장 반열에 오른 만큼 양의지 백업 역할을 했던 김태군과 젊은 포수 김재성을 영입해 체력안배를 배려했다. 박해민이 떠난 자리는 리드오프로서 김상수가, 중견수 포지션으로 주장 김헌곤이 분발해줘야 한다. 지난해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며 호타준족을 입증한 간판스타 구자욱이 강한 2번으로 선봉에 서고, 2년 차를 맞은 용병 호세 피렐라와 오재일 강민호가 중심타선에서 위협적인 일발 장타를 정조준한다. 구자욱과 김헌곤을 제외한 외야 한 자리와 지명타자 자리에 피렐라와 김동엽이 번갈아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윤정빈 박승욱 김재혁 등도 백업으로 뒤를 받친다.

오재일

하위타선에서 뒤를 받칠 내야 멤버로는 젊은 사자 김지찬이 유격수로서 2루 김상수와 함께 센터라인을 책임질 전망이다. 이원석이 주전으로 나서는 3루는 이원석이 지명한 후계자이자 시범경기에서 중용되는 공민규의 성장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한 방이 있는 최영진과 유틸리티 플레이어 김호재, 신인 이재현 등도 치열한 백업 경쟁을 펼친다.

알버트 수아레즈

삼성팬들은 지난해 1위 결정전 승리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기다렸다면 우승팀은 KT가 아니라 삼성이었을까 하는 아쉬움을 감추기 어려웠다. 야구에 만약은 없지만 확실한 건 전력으로나 기세 면에서나 삼성은 확실히 반등했고, 올해도 강력한 우승후보라는 점이다. 허삼영 감독은 시범경기 동안 “작년보다 뎁스가 강화됐고 가용 전력도 많아졌다”며 “지난해보다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사령탑의 자신감만큼 두꺼운 선수단 뎁스를 발판 삼아 왕조 재건의 꿈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