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때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로 이민을 왔다. 언어도 통하지 않아 모든 것이 어설프고, 미국 친구들이 생겨도 자신감 있게 어울리지 못했다. 한국과 미국의 두 문화 사이에 어정쩡하게 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대학생이 되어 더욱 심해져 공부에 대한 회의감에 결국 휴학을 했다. 모태신앙인데도 하나님을 떠난 삶이 너무 힘들어 나를 만나 달라고, 내 길을 가르쳐 달라고 새벽마다 하나님께 울부짖었다. 몇 달 후, 어머니의 소개로 자녀 유학문제로 미국을 방문한 어느 자매를 만났다. ‘인격적으로 예수님을 만난 적이 있느냐?’는 그분의 질문에 예수님을 만나지 못해 답답하다며 솔직히 고백하고, 함께 성경공부를 했다. 그러다 4박 5일 여름수련회가 있다는 소식에 자매를 따라 한국에 들어와 한마음교회에 갔다.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역사적 증거를 통해 그분이 하나님이신 것을 확증할 수 있다’는 말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간절히 엎드리며 여러 자료와 제자들의 삶을 통해 부활이 역사적 사실인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부활하신 예수님이 정말 나의 하나님이고 주인이라는 사실을 성령께서 비춰주셨다. 그동안 무거운 짐을 지고 고뇌에 빠져 있던 나는 하나님과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다. 나는 곧바로 내가 주인되어 살았던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영접했다. 드디어 나는 복음증거의 사명을 위해 잠시 이 땅에 보냄 받은 자라는 참된 내 정체성을 찾게 되었다.
미국으로 돌아오자 내 주위에 있는 분들에게 기쁨으로 예수님을 전하며 노방전도를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변화된 나를 본 친구들은 ‘우울한 민진’이 ‘행복한 민진’이 되었다며 놀라워했다. 매일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설교말씀을 읽고 간증문을 기록하며 뜨거운 열정을 이어갔고, 전도로 만나게 된 영혼들과 캠퍼스에서 예배를 드렸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나를 오리건주 작은교회의 리더로 세워주셨다. 그때부터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다. 나는 그냥 기쁨으로 복음을 전했을 뿐인데 하나님께서 여러 민족의 영혼들을 하나둘 만나게 해 주셨다.
미국인 로저라는 분은 직장에서 뜨겁게 부활을 전하는 우리 지체들 모습에 감동을 받고 한 시간 반을 운전하여 찾아왔다. 그는 “내가 이제껏 부활절에나 부활에 대해 들어봤지, 이렇게 확신 가운데 예수님의 부활을 전하는 사람들을 처음 보았다”며 감격해했다. 그리고 며칠 후 전화를 하여 ‘Roger, who is your Lord?’(로저, 너의 주인이 누구냐?)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며 차를 길옆에 세워놓고 태어나 처음으로 통곡하며 울었다고 했다. 마음이 뜨거워진 로저는 겨울수련회에 참가하기 위해 나와 같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터미널에 마중나온 한마음 성도들과 첫인사를 하는데, 마치 이산가족을 만난 것처럼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4박 5일 수련회 동안 더욱 뜨거워진 로저는 부활에 대한 더 큰 확신으로 미국으로 돌아가 영혼 구원을 위해 모든 삶을 드렸다. 그리고 얼마 후부터는 동네 실버타운에서 매주 예배를 인도하며 75명의 미국 현지인을 복음으로 양육하기 시작했다. 다른 미국인 몇 분도 로저처럼 복음을 듣고 뜨겁게 변화되어 한국에 들어와 교회를 방문하고 돌아가며 ‘우리들은 부활의 증인들로 미국 땅에 파송 받아 가는 것이다’며 눈물의 고백을 했다. 이들을 보며 복음은 정말 나라와 민족을 뛰어넘는 변함없는 진리임을 다시 실감했다.
어느 날 로저의 변화에 놀란 근처 러시아 교회의 중직을 맡고 있는 리더 몇 명이 우리 작은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그들 또한 복음을 받고 돌아간 후, 두 곳의 러시아 교회에서 간증을 해 달라며 나를 초청했다. 은혜 가운데 기쁘게 간증을 하고, 러시아 교회 성도들과 러시아 이민족들을 위한 전도 집회에도 다녀왔다. 얼마 후엔 멕시코인들도 예배에 참석했는데 ‘호세’라는 형제는 예수님을 주인으로 영접하고 곧바로 멕시코인 모임의 리더가 되어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식당일을 하는 우리 부모님이 스페인 손님들에게 복음을 전했는데, 그중에 살바도르는 가족까지 데리고 와 예배를 드리더니 고향으로 돌아가 열정적으로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살바도르의 초청으로 몇몇 지체들과 3주 동안 멕시코를 방문했다. 반가워하는 살바도르의 가족과 친척들, 그리고 동네 어린 아이들 모두 예수님을 영접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복음이 얼마나 놀라운 생명력이 있는지 실제로 경험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1.5세대 이민자로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던 내가 부활의 증거로 예수님을 만나 하늘에 속한 내 신분을 알고 주님이 주신 사명을 감당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한국 미국 과테말라 그리고 멕시코인들과 함께 모여 언어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등 3개 국어로 예배를 드릴 때는 이방인들이 복음으로 말미암아 하나 되었다는 사실에 너무 감격했다.
때로는 처음사랑을 놓치고 넘어지기도 했지만 어떤 ‘사역’보다도 날마다 주인 되신 주님과 ‘동행’하는 것이 진정 내가 할 일이니 회개하고 벌떡 일어선다. 세계 모든 민족이 주 안에서 하나되는 그날까지 내게 주신 자리에서 기쁘게 사명자의 길을 달려갈 것이다.
양민진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