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호수의 여왕’은 누가 될까. 미국프로여자골프(LPGA) 투어 2022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총상금 500만 달러)의 막이 오른다.
셰브론 챔피언십은 31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CC(파72·6884야드)에서 열린다. 이 대회는 1983년 메이저 대회로 승격한 이후 나비스코 다이너 쇼어, 나비스코 챔피언십,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ANA 인스퍼레이션 등으로 불렸다. 미국 석유기업으로 타이틀 스폰서가 바뀌면서 올 시즌부터 셰브론이라는 이름을 달게 됐다. LPGA 메이저 대회 중 매년 가장 먼저 열리는 대회기에 여자골프의 마스터스로 불린다.
이 대회는 독특한 전통이 있다. 대회가 열리는 랜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에는 ‘포피스 폰드’(Poppie’s pond)라는 작은 연못이 있는데, 우승한 선수는 이곳에 뛰어드는 세리머니를 해왔다. 이 때문에 우승자에겐 ‘호수의 여왕’이라는 칭호가 붙는다. 이 전통도 이번 대회를 끝으로 사라진다. 셰브론이 내년부터 대회장을 휴스턴으로 옮기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출전 선수들에겐 호수의 여왕이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세계 톱랭커 대다수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10위권에서는 혈전증 치료 중인 세계랭킹 2위 넬리 코르다(미국)만 결장한다.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우승한 적 있는 6명의 선수가 모두 출전한다.
한국 선수들은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을 비롯해 이미림 유소연 김효주 박성현 박인비 전인지 이정은6 양희영 등 22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임희정도 상금 랭킹 상위권자 자격으로 나선다. 이 대회는 한국 선수들에겐 좋은 기억이 많다. 2013년 박인비, 2017년 유소연, 2019년 고진영, 2020년 이미림이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히는 건 고진영(사진)이다. 최근 HSBC 클래식에서 우승했고 JTBC 클래식에서도 4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고진영은 대회 전 인터뷰에서 “3년 전에 첫 입수 경험을 했다. 조금 무서웠지만 웃음을 잃지 않으려 했다. 생각해보면 재밌었던 추억”이라며 “다시 한번 뛰어들고 싶다”고 우승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현재 진행 중인 34라운드 연속 언더파 기록과 관련해서는 “사실 기록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항상 어제보다 더 잘하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