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1세기 풍어제 ‘수산인의 날’

입력 2022-03-31 04:02

예로부터 어촌에는 풍어제와 함께 진정한 봄이 찾아왔다. 그해 바다로 나가는 배를 띄우기 전 만선과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풍어제는 어촌지역의 본격적인 조업의 시작을 알렸다. 새봄의 풍어제는 겨우내 웅크려 있던 어촌에 생기를 불어넣는 봄의 전령 같은 것이었다.

2012년부터 이러한 조상들의 풍어를 위한 간절한 바람을 이어받아 수산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4월 1일을 ‘수산인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그야말로 국민과 함께하는 21세기 신(新)풍어제라 할 수 있다.

1960년대 우리 수산업은 원양어업을 중심으로 국가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며 경제성장을 뒷받침했다. 이후 산업 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수산업은 힘들고 고되다는 인식과 함께 젊은이들은 수산업을 떠나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력난과 더불어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지역축제 취소, 수산물 소비 위축 등이 길어지면서 우리 수산업계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영양이 풍부한 다양한 수산물을 상대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이 약 70㎏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생산량 역시 세계 12위다. 이러한 통계는 우리 국민의 수산업에 대한 여전히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2021년 수산물 수출액은 28억2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며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김은 다양한 상품 개발과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통해 ‘바다의 반도체’로 불리며 단일 식품군으로는 최고액인 6억9000만 달러를 수출하는 등 식품 한류의 선봉에 서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접목되면서 가장 전통적인 산업으로 인식됐던 수산업은 미래형 산업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젊은 수산인들이 스마트, 바이오 기술로 생산성을 높인 양식업을 통해 고소득을 얻기도 하고, 수산물의 입고부터 경매, 보관, 배송단계까지 전 과정이 디지털화돼 위생적으로 관리되는 청정 위판시설도 늘고 있다.

수산인과 어촌은 국민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바다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인명 구조에 발 벗고 나서며 우리 영토 최일선에서 바다를 지켜왔다. 수산인은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이 같은 역할을 묵묵히 해내며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거름이 돼주었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며 새로운 수산업의 탄생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4월 1일 충남 보령에서 ‘바다를 풍요롭게, 어촌을 활기차게’라는 주제로 제11회 수산인의 날 행사가 열린다. 우리 모두 새봄의 신풍어제에 한마음 한뜻으로 안전 조업과 수산물로 풍성한 식탁을 기원하면 좋겠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