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작업이 조금씩 늦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8일 청와대 만찬 회동에서 집무실 이전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29일 국무회의에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496억원이 상정되지 않았다. 비용이 마련되지 않았으니 이사는 미뤄질 수밖에 없다. 취임하는 날(5월 10일)부터 용산에서 업무를 보겠다는 윤 당선인의 구상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만찬에서 “이전 지역 판단은 차기 정부의 몫”이라며 “현 정부가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협조의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협조’가 아닌 ‘면밀히 살핀다’에 방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산을 꼼꼼하게 따지겠다는 데 반대할 명분이 없다. 윤 당선인 측도 이전 비용을 청와대와 다시 협의하기로 했다.
지금 청와대의 모습에서는 집무실 이전을 돕기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꼬투리를 잡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처음에는 안보를 이유로 공개적인 반대 입장을 피력하더니 이번에는 예산 점검을 이유로 시간을 끌고 있다. 윤 당선인 측이 수정된 예비비를 제시하더라도 선뜻 수용할 것 같지 않다.
집무실 이전이 5월 10일 이전에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상외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안보와 보안 등 검토해야 할 사안이 많을 것이다. 많은 국민들도 이 지점을 우려한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의지가 확고하고 인수위 측도 “차질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현 정부는 최대한 협조하는 게 바람직하다. 협조할 마음이 있었다면 여러 가지 방법이 가능했을 것이다. 대통령과 참모들 사무실만 먼저 옮기고 나머지 부대시설이나 안보 관련 공간들은 면밀한 검토를 한 다음에 옮기는 방법도 있다. 현 정부 내에서도 그런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안다. 안보와 예산을 계속 거론하는 것은 자신들의 임기 내에는 집무실 이전을 해주고 싶지 않다는 심경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기왕에 집무실 이전이 늦어졌으니 윤 당선인 측도 서두르기보다는 꼼꼼하게 준비해 집무실 이전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게 맞겠다.
[사설] 대통령 집무실 이전, 안보 이어 예산 따지겠다는 靑
입력 2022-03-31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