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북한이 지난 24일 시험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두고 신형인 ‘화성-17형’이 아닌 ‘화성-15형’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16일 화성-17형 시험발사 실패를 만회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목적으로 미사일 기종을 속여 발표한 것으로 판단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홍철 국방위원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국방부로부터 비공개 현안보고를 받은 후 기자들과 만나 “한·미 공조하에 내린 판단은 북한이 24일 발사한 미사일은 화성-15형이라는 것”이라며 “북한이 기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24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ICBM을 고각으로 발사한 뒤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때 사실은 화성-15형을 쐈다는 게 한·미 군 당국의 평가다.
국방부는 비행 특성과 그림자, 기상, 기술적 요소, 한·미 평가 등을 바탕으로 해당 미사일을 화성-15형으로 판단했다. 국방부는 “탄도미사일은 탄종별로 상승가속도, 연소·단분리 시간 등 고유의 비행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탐지된 특성을 정밀 분석한 결과 화성-15형과 유사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국방위에 보고했다. 아울러 발사 당시 순안 일대는 대부분 구름으로 덮여 있었는데, 북측이 공개한 영상에선 청명한 날씨로 실제 발사 때 기상 상황과 일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전에 찍어둔 영상을 짜깁기해 화성-17형 발사가 성공한 것처럼 조작했다는 얘기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이 화성-15을 화성-17형이라고 위장한 것은 지난 16일 ICBM 발사가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북한이 16일 화성-17형을 발사했는데 수㎞ 상공에서 폭발했다”며 “미사일 파편 비가 평양에 쏟아져서 주민들이 화들짝 놀라고 실제 민간 피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고 항의했겠나. 민심 이반이 체제 불안정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이를 빨리 해결하고자 급히 (화성-17형보다 구형인) 화성-15형을 쏘아놓고 (화성-17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선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은 과거에 이런 대형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며 “이번 위장 발사는 북한의 대내적 요인이 압도적”이라고 분석했다.
국방부도 북한의 위장 발사 의도에 대해 “16일 발사 실패 장면을 평양 주민들이 목격한 상황에서 유언비어 차단과 체제 안정을 위해 최단시간 내 ‘성공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며 “2017년에 성공해 신뢰도가 높은 화성-15형을 대신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외적으로는 비행 제원을 기만해서라도 한·미와 국제사회에 ICBM 능력이 고도화됐음을 강변하고, 군사 강국 지위를 확보해 협상력을 제고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민 위원장은 평양에 파편 비가 내렸다는 하 의원의 발언에 대해 “개인의 주장”이라며 “국방부는 민가에 피해가 있었는지는 확답을 안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국방위에 보고했다. 또 “7차 추가 핵실험 등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한·미 양국은 상세한 대비 태세를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세환 정우진 이가현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