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17형 폭발 때 평양에 파편 비 쏟아져… 민간 피해 발생”

입력 2022-03-30 04:02
서욱 국방부 장관이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보고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보고에서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방부는 북한이 지난 24일 시험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두고 신형인 ‘화성-17형’이 아닌 ‘화성-15형’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16일 화성-17형 시험발사 실패를 만회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목적으로 미사일 기종을 속여 발표한 것으로 판단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홍철 국방위원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국방부로부터 비공개 현안보고를 받은 후 기자들과 만나 “한·미 공조하에 내린 판단은 북한이 24일 발사한 미사일은 화성-15형이라는 것”이라며 “북한이 기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24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ICBM을 고각으로 발사한 뒤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때 사실은 화성-15형을 쐈다는 게 한·미 군 당국의 평가다.

국방부는 비행 특성과 그림자, 기상, 기술적 요소, 한·미 평가 등을 바탕으로 해당 미사일을 화성-15형으로 판단했다. 국방부는 “탄도미사일은 탄종별로 상승가속도, 연소·단분리 시간 등 고유의 비행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탐지된 특성을 정밀 분석한 결과 화성-15형과 유사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국방위에 보고했다. 아울러 발사 당시 순안 일대는 대부분 구름으로 덮여 있었는데, 북측이 공개한 영상에선 청명한 날씨로 실제 발사 때 기상 상황과 일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전에 찍어둔 영상을 짜깁기해 화성-17형 발사가 성공한 것처럼 조작했다는 얘기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이 화성-15을 화성-17형이라고 위장한 것은 지난 16일 ICBM 발사가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북한이 16일 화성-17형을 발사했는데 수㎞ 상공에서 폭발했다”며 “미사일 파편 비가 평양에 쏟아져서 주민들이 화들짝 놀라고 실제 민간 피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고 항의했겠나. 민심 이반이 체제 불안정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이를 빨리 해결하고자 급히 (화성-17형보다 구형인) 화성-15형을 쏘아놓고 (화성-17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선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은 과거에 이런 대형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며 “이번 위장 발사는 북한의 대내적 요인이 압도적”이라고 분석했다.

국방부도 북한의 위장 발사 의도에 대해 “16일 발사 실패 장면을 평양 주민들이 목격한 상황에서 유언비어 차단과 체제 안정을 위해 최단시간 내 ‘성공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며 “2017년에 성공해 신뢰도가 높은 화성-15형을 대신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외적으로는 비행 제원을 기만해서라도 한·미와 국제사회에 ICBM 능력이 고도화됐음을 강변하고, 군사 강국 지위를 확보해 협상력을 제고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민 위원장은 평양에 파편 비가 내렸다는 하 의원의 발언에 대해 “개인의 주장”이라며 “국방부는 민가에 피해가 있었는지는 확답을 안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국방위에 보고했다. 또 “7차 추가 핵실험 등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한·미 양국은 상세한 대비 태세를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세환 정우진 이가현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