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물러선 법무부… “큰 틀서 당선인 공약 취지 이해·공감”

입력 2022-03-30 04:07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 업무보고에 참석한 주영환 법무부 기조실장(가운데)이 이상갑 법무실장(오른쪽)과 대화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법무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큰 틀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취지를 이해하고 공감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박범계 장관이 공개 반대한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에 대해서는 명확한 찬반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장관 지휘권 행사로 검찰 독립성 논란이 발생한 데 대해 공감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인수위는 29일 법무부 업무보고 이후 브리핑을 열고 법무부가 윤 당선인 공약 이행을 위한 법령 재개정을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답변을 했다고 전했다. 법무부의 답변은 박 장관이 애초 밝혔던 입장과 비교해 사뭇 달라진 것이다. 박 장관은 지난 23일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 직접수사 범위 확대 등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작심 발언했고, 이에 인수위가 업무보고 일정을 미룬 뒤에도 “보고 문건은 다 정해져 있다”며 태도를 굽히지 않았었다.

법무부는 구체적으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공소장 비공개 원칙 등을 놓고 “폐지를 포함한 재개정 여부를 적극 논의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는 2019년 하반기부터 법무부 훈령 등으로 확립된 이 규정들이 선별적·자의적으로 적용됐다고 지적했다. 법조계는 법무부가 ‘적극 논의’를 답변한 만큼 규정들의 수정은 기정사실화됐다고 본다.

법무부는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의 독자적 예산권 부여에 명확한 동의를 표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새 정부 들어 법률 개정 작업이 있으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답변했다. 법무부는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 확대로 연결되는 검·경 수사권 재조정 문제에 대해서도 “(그간) ‘핑퐁’식 사건 처리, 수사 지연, 각종 이첩으로 인한 책임 회피, 부실 수사 등 논란에 공감한다”며 박 장관과 다른 기조를 보였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인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박 장관이 공약에 대해 여러 입장을 밝히는 바람에 법무부 직원들이 굉장히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고 업무보고 풍경을 전했다. 이 의원은 “박 장관은 이 부분에 대해 굳이 언급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했다. 박 장관은 업무보고가 진행되는 동안 대전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을 방문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