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국 물가인상률 >성장률… 스태그플레이션 대응 필요”

입력 2022-03-30 04:05

11년 만에 물가상승률이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저성장 고물가’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9일 올해 한국 물가상승률을 3.1%, 성장률을 3.0%로 전망했다. IMF 전망대로 이뤄질 경우 2011년 이후 처음으로 경제 성장 속도보다 물가 상승 속도가 더 가파른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 들어 물가는 3%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 고유가 등 대외악재에 수출이 위축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IMF는 이날 발표한 연례협의 결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3.0%로 전망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12월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내놓은 전망치(3.1%)와 비슷한 수준이다. IMF는 1분기에는 성장이 일시 둔화될 수 있지만 추가경정예산 효과 등에 힘입어 2분기부터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경제성장률과 달리 물가상승률은 정부 전망치보다 높게 잡았다. IMF 전망치(3.1%)는 정부 전망치(2.2%)보다 0.9% 포인트 높다.

쉽게 말해 벌이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물가가 더 빨리 오른다는 얘기다. IMF는 2011년에도 비슷한 전망치를 내놓은 적이 있다. 당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4.0%, 4.5%로 내다봤고 ‘물가상승률>경제성장률’ 전망은 실제 맞아떨어졌다. 그해 한국의 성장률은 3.7%, 물가상승률은 4.0%를 기록했다. 당시에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일었다.

정부는 11년 전처럼 올해 고물가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달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0%에서 3.1%로 1.1% 포인트 높여 잡았다.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지표 상황도 좋지 않다. 국제유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끝없이 오르고 있다.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28일 기준 배럴당 110.67달러를 기록하며 100달러를 넘어선 지 오래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00원을 넘어서며 소비 침체를 야기하고 있다. IMF 역시 한국의 서비스 부문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IMF는 한국 경제의 동력이라 할 수 있는 수출은 증가를 예상했지만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도 내다봤다. 가계부채 역시 ‘뇌관’으로 꼽았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는 1862조1000억원에 달한다.

IMF는 한국 정부의 정책 대응을 양호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스태그플레이션 등 경기침체 위험이 구체화되면 과감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현행보다 더욱 강화하고 정부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이기도 한 연금개혁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