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성역화 안돼” 전장연 “사과하라”… 국힘서도 李 비판

입력 2022-03-30 04:03
임이자(오른쪽 가운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와 김도식 인수위원이 서울 종로구 서울교통공사 경복궁영업사업소 회의실에서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과 면담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둘러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전장연 간 갈등과 논란이 연일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9일 시위 현장을 찾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 대표는 이날도 전장연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고 전장연은 이 대표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는 이날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회의실에서 전장연 지도부와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이 대표를 겨냥해 “공당의 대표인데 사과 좀 하시라고 전달하라”고 요구했다.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전달하겠다”면서 “여러분의 절박한 마음을 알았으니 출근길 투쟁을 중지해 달라”고 부탁했다. 전장연은 30일부터 지하철 출퇴근 시위를 잠정 중단키로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당 안팎의 비판에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대표는 YTN 라디오에서 “장애인의 시위에 대해 뭐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지하철 3, 4호선을 타는 시민은 장애인의 투쟁 대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전장연의 시위가 “일종의 성역화가 됐다”고도 주장했다.

이 대표는 앞서 “서울시민을 볼모로 삼는 비문명적 시위 방식”이라고 말했다가 혐오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볼모 삼아 시위하지 말라’는 관용적 표현이 무엇이 문제냐”고 따졌다.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전날 전장연 시위 현장에서 ‘무릎 사과’를 한 것에 대해서도 “볼모라는 표현은 사과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김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혐오의 감정과 짜증 섞인 표정을 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공당의 대표에겐 더 많은 정치적 책임도 따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는 최대한 경청해야 한다”며 “이제 집권 여당이 됐기 때문에 많은 분이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4선의 윤상현 의원도 페이스북에 “정치는 약자에게 필요 이상의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그러기 위해 (정치는) 따뜻한 피와 가슴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이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장애인 딸을 둔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전장연의 시위 태도도 문제지만, 폄훼나 조롱도 성숙한 정치의 모습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이날 전장연과 면담을 갖고 ‘이준석의 갈라치기’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곧 집권당이 될 국민의힘 대표는 장애인 시위를 두고 ‘서울시민을 볼모로 삼는 시위’라고 했는데 이것은 장애인 차별이라는 본질을 왜곡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척수장애인인 최혜영 의원은 “이 대표가 대선에선 성별·지역·이념 갈등을 조장하더니 이제는 하다 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까지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민주당은 장애인 차별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 노력을 약속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장애인 인권 문제는) 개인의 의지와 가족의 노력, 주변의 봉사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전혀 아니다”며 “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정책서비스 결정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가현 정현수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