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사고 책임을 지고 사퇴했으나 여전히 대주주로 남았다. 배당금만 150억원, 퇴직금도 68억원 정도 책정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배당금과 퇴직금을 반납해야 한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의 주주총회는 주주들의 날 선 지적과 성토로 채워졌다. 불과 하루 전, 국토교통부가 서울시에 ‘가장 엄중한 처벌’을 요청한 상황이라 주총장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현산에선 환골탈태를 약속했지만, 시민단체와 여론 뿐만 아니라 내부 구성원까지 경영진의 책임을 물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9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주주총회를 열었다. 권순호 현산 대표이사(이사회 의장)은 잇따른 사고에 대해 “뼈아픈 반성과 엄중한 책임감으로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환골탈태하는 각고의 노력으로 소비자와 주주 신뢰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사과에도 불구하고 주총장에선 사고 이후 보여준 조치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정 회장의 퇴직금과 배당금을 반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렸다. 임직원이 겪는 어려움에도 책임을 지라는 취지였다. 현산 측은 “대주주인 정 회장의 배당금은 50억원이며 퇴직금의 금액은 개인정보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산은 광주 아이파크 붕괴사고의 손실액을 1754억원 규모로 추정했다. 사고가 난 201동만 철거·재시공하는 계획부터 1~2단지를 손보는 안까지 총 3가지 시나리오의 평균값이다. 현산 측은 정밀진단을 거쳐 손실을 확정하면 재공시할 예정이다.
이날 주총에서 현산은 이사 선임 안건과 정관 변경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유병규 대표이사와 정익희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가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권인소 카이스트 교수는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시민단체에선 사고 책임이 있는 인사가 영전하거나 재선임되는 건 문제라며 반대해왔다.
경제개혁연대가 현산의 주주인 네덜란드 연금투자회사 APG 위임을 받아 요구한 ‘ESG 권고적 주주제안권’ 신설안은 부결됐다.
현산은 앞서도 경제개혁연대의 다른 요구를 받아들이면서도 권고적 주주제안권에 대해서는 ‘주주권의 과도한 행사 우려’를 이유로 거절했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