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 폭력으로 복수, 정당한가 불온한가

입력 2022-03-30 04:07

폭력의 피해자라고 해서 폭력으로 복수하는 것이 정당한가. ‘부산행’ 연상호 감독의 원작을 시리즈로 만든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이 시청자에게 던질 질문이다. 이 드라마는 지난 25일까지 4회가 방영됐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던 경민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피의 복수를 시작했다. 연쇄살인범이 된 경민의 뒤를 쫓는 형사 종석은 경민의 친구이자 같은 학폭 피해자다. 경민이 만난 가해자들은 과거의 폭력을 추억으로 미화했다. 초반부는 가해자들을 응징하는 경민의 모습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준다. 하지만 극본을 집필한 탁재영 작가는 드라마의 취지가 단지 복수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했다.

탁 작가는 29일 연 감독과 함께 화상으로 기자들과 인터뷰를 갖고 “학폭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복수하면서 시청자가 느끼는 연민, 카타르시스로 초반부를 시작했다면 5~6회부터는 피해자 경민의 사적인 복수가 과연 정당한가에 대해 도덕적 딜레마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 감독의 원작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은 2011년 공개 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연 감독은 학폭에 대해 “한국에서는 학교라는 한 커뮤니티에 올인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폭력에 노출되기 쉽다”고 말했다. 폭력을 극복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그는 “모든 사람은 여러 가지 다른 성격 커뮤니티에 속하는 게 중요하다”며 “될 수 있으면 여러 커뮤니티에 속하면서 한 곳에서 받는 상처를 다른 곳에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의 중후반부에선 학교를 벗어나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폭력을 다룬다. 탁 작가는 “폭력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들, 세상은 왜 강자와 약자로 나뉘고 폭력이 왜 존재하는지 큰 주제를 다룰 것”이라고 언급했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연 감독은 감탄했다고 전했다. 그는 “김동욱 배우는 처단자로서 카타르시스를 전달하는 것 외에도 자신의 행동이 가진 죄의식까지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며 “김성규 배우는 그의 연기만으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