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 회색지대 놓인 안티 히어로, 고뇌 어린 서사 보여준다

입력 2022-03-30 04:02
마이클(자레드 레토·왼쪽)이 흡혈박쥐를 이용한 희귀 혈액병 치료제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마틴(아드리아 아르호나)을 만나 이야기 나누고 있다. 소니 픽쳐스 제공

세상을 위험에 빠트리는 안티 히어로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 마블의 안티 히어로 모비우스를 주인공으로 한 첫 번째 실사영화가 나왔다. 영화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 ‘베놈’의 제작진이 참여했다.

희귀 혈액병을 가진 마이클 모비우스(자레드 레토)는 건강한 적이 없었다. 저명한 생화학자가 된 그는 흡혈박쥐를 이용해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 마이클은 수많은 임상시험 끝에 만든 치료제를 자신의 몸에 주입한다. 살면서 늘 죽어가던 마이클은 흡혈박쥐를 통해 생명력을 얻고 세상을 구원할 초인적인 힘까지 갖게 된다.

문제는 인공혈액이 없는 상황에선 살아있는 인간의 피를 마셔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마이클의 연구실을 찾아온 죽마고우 마일로(매트 스미스)까지 스스로 치료제를 주사한다. 배가 고프면 깨어나는 파괴적인 본능을 억제하기 위해 마이클은 절친한 동료이자 연인인 마틴(아드리아 아르호나)과 함께 해독제 개발에 착수한다.

영화 ‘모비우스’는 안티 히어로에 대한 서사다. 어린 시절 특수학교에 다니며 건강한 아이들로부터 놀림 받던 마이클은 처음 만난 마일로에게 “우리는 다수에 맞서는 소수”라고 말한다. 마이클은 치료제를 자신의 몸에 주사하면서 “이렇게 사느니 죽는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한다.

마일로의 상황은 다르다. 뛰어난 두뇌를 가진 마이클은 학자로 성공하고 마틴의 사랑도 얻었지만, 마일로는 도박으로 돈을 벌어 마이클을 후원한다. 오랜 열등감에 사로잡힌 마일로는 자신이 만든 치료제가 위험하다며 주지 않는 마이클의 진심마저 곡해한다. 파괴 능력을 얻은 마일로는 본능에 따라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복수한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수어사이드 스쿼드’ ‘하우스 오브 구찌’ 등에서 연기 변신을 보여 준 자레드 레토는 최근 국내 언론과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영화가 정신적·육체적으로 도전적인 작업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모비우스는 선과 악 사이의 회색지대에 있다. 관객도 마블 캐릭터의 새로운 해석, 빌런도 히어로도 아닌 중간 어딘가에 있는 캐릭터를 만날 때가 됐다”며 “안티 히어로의 복잡성이 흥미로웠다. 누구나 가진 악한 모습을 드러내는 게 연기자로서 역할”이라고 말했다.

다니엘 에스피노사 감독은 마블 영화 연출을 처음 맡았다. 그는 “마블 만화를 어릴 때부터 좋아해 영화를 만들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며 “진정한 아웃사이더를 스크린으로 옮길 기회를 얻어 기뻤다. 냉철한 리얼리즘을 녹여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30일 개봉, 러닝타임은 104분.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