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너머 발 아래 에메랄드빛 바다의 유혹

입력 2022-03-30 20:53
이른 아침 부산 해운대구 송일정 너머로 아침 해가 떠오르는 가운데 송정해변에서 서핑을 즐기는 모습이 이국적이다.

부산은 바다와 산, 강이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환경과 세계적인 항만을 가진 도시다. 특히 고층빌딩과 어우러진 해운대 경관과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풍광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해운대구, 기장군, 수영구 등을 품은 동(東)부산에서 생동하는 봄 에너지를 만끽해 보자.

동부산 일대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곳이 장산(634m)이다. 부산에서 금정산 백양산에 이어 세 번째로 높고, 해운대를 대표하는 산이다. 1740년 간행된 ‘동래부지’에 따르면 장산의 억새밭 들판 일대에 고대 부족 국가인 장산국이 있었다. 2017년에는 장산에 ‘하얀 털을 뒤집어쓴 호랑이’ 같은 괴수가 나타난다는 내용 영화 ‘장산범’의 배경이 됐다.

장산 정상부는 6·25전쟁 이후부터 군사보호구역이라는 이유로 철조망에 싸여 약 70년간 출입이 통제됐다. 먼저 미군 주둔지가 생겼고 국군 부대·경찰·소방 등 9개 기관 무선기지국이 설치되면서 보안 문제를 이유로 민간인 출입을 막았다. 현재 정상 20m 아래 지점까지 올라갈 수 있다. ‘장산 해발 634m’라고 적힌 표지석이 놓여 있는 곳이다.

장산 중봉전망대에서 굽어본 해운대와 광안리.

장산은 지난해 9월 전국 최초로 구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정상부는 오는 4월 상시 개방 결정이 났지만 보안 문제와 안전시설 보강공사 등으로 다소 미뤄져 상반기 중 가능할 전망이다. 장산은 바다에 바로 접해 있고 주변에 높은 봉우리가 없어 정상 높이의 절반 위로만 올라가도 부산 최고의 조망을 누릴 수 있다. 가까이 해운대 신시가지와 센텀시티 일대의 고층빌딩이 반짝이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광안대교와 광안리해수욕장, 이기대와 오륙도, 영도까지 거침없는 풍광이 펼쳐진다.

요즘 동부산에서 인기를 모으는 여행지는 해운대블루라인파크다. 옛 동해남부선 철도를 활용한 관광 시설로, 풍광이 아름다운 철길로 유명하던 미포~송정 구간에 들어섰다. 동해남부선 옛 철길 구간은 일제강점기인 1935년 일제의 자원 수탈과 일본인의 해운대 관광을 위해 건설된 뒤 동해남부선 복선 전철화로 2013년 기존 철로가 폐쇄되면서 2020년 10월 해운대블루라인파크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해운대블루라인파크 청사포정거장 인근 공중 레일 위를 달리는 스카이캡슐 아래로 해변열차가 지나고 있다.

해운대블루라인파크는 해안선을 따라 달리며 바다를 조망하는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을 운영한다. 미포정거장, 청사포정거장, 송정정거장이 마련됐다. 미포와 청사포정거장은 신설했고 송정정거장은 일제강점기에 지은 송정역(국가등록문화재)을 활용한다. 해변열차는 미포~송정 전 구간(4.8㎞)을, 스카이캡슐은 미포~청사포 구간(2㎞)을 오간다.

이색적인 외관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해변열차는 이국적인 분위기가, 스카이캡슐은 빨강·파랑·노랑·초록 알록달록한 색감이 특징이다. 안에서 바라보는 전망 또한 매력적이다. 해변열차는 높낮이가 다른 두 개 열의 좌석을 바다와 마주하도록 배열하고 통유리창을 설치했다. 공중 레일을 시속 4㎞ 정도로 자동 운행하는 스카이캡슐은 해변열차가 오가는 종전 철로보다 7~10m 높이 조성돼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한다. 캡슐 사방에 큰 창이 있어 환상적인 바다 풍경과 이색적인 스카이캡슐 분위기가 만나 설렘과 낭만을 안겨주는 인생 사진 명소로 인기몰이 중이다. 독립된 공간으로 제작됐으며 4인까지 탑승할 수 있어 코로나19 시대에 안심하게 즐길 수 있다.

푸른 바다로 뻗은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해변열차는 세 정거장 외에 달맞이터널,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구덕포에도 선다. 돌아보고 싶은 곳에서 내려 자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해변열차가 지나는 전 구간을 따라 산책로가 이어지므로 원하는 구간은 걸어도 좋다. 다릿돌전망대에서 송정까지는 청사포갈맷길 데크 산책로를 따라 걷는 것이 좋다. 1.9㎞ 구간에서 열차를 타면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해송과 기암괴석의 바다 등 구덕포의 비경을 즐길 수 있다.

송정해변은 서핑 명소다. 모래 가운데 선글라스를 쓴 채 서핑보드를 든 거대한 곰 조형물이 반긴다. 서퍼들이 점점이 떠 있는 바다 풍경이 이국적이다. 바다 건너 언덕 끝에 운치 있는 정자가 우뚝하다. 대나무가 많이 자라 이름을 얻은 죽도공원(송정공원)의 팔각정자 송일정이다. 바다 가까운 곳에서 해와 달을 맞이하는 일출 명소다.

감성여행지 '해리단길' 입구 옛 해운대역.

서울 이태원에 ‘경리단길’이 있고, 경북 경주 황남동에 ‘황리단길’이 있다면 해운대에는 ‘해리단길’이 있다. 폐역이 된 옛 해운대역 뒷골목이 도시재생을 통해 새롭게 단장되면서 감성 여행지로 변모했다. 옛 해운대역을 옆으로 끼고 철길을 건너면 바로 해리단길이다. 다국적 레스토랑, 루프탑 카페, 버거 가게와 빵집을 비롯해 소품숍, 사진관, 꽃가게, 빈티지의류숍 등이 주택가와 어우러져 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여행메모
바다 전망이 좋은 구덕포 카페
5월 20일 해운대모래 축제 개최

해운대블루라인파크 미포정거장 일대.

부산 장산의 등산로는 거미줄처럼 복잡하다. 지난해 구립공원으로 지정된 대천공원에서 오르는 경우가 많다.

해운대블루라인파크는 온라인 예매와 현장 발권 모두 가능하다. 원하는 노선과 시간대를 이용하려면 예매하는 게 좋다. 스카이캡슐은 미포정거장 출발 노선과 해가 질 무렵에 사람들이 몰린다. 해변열차는 1·2회 이용권보다는 모든 역에서 자유롭게 내려 주변 여행지를 둘러보고 다시 탈 수 있는 자유이용권을 추천한다.

해운대 전통시장 곰장어구이가 입맛을 자극한다. 부산에서 빠질 수 없는 돼지국밥과 막창, 그리고 밀면까지 다양한 메뉴들도 유혹한다. 구덕포에는 바다 전망이 좋은 카페가 몰려 있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짙은 커피향을 맡으며 바다와 해변열차가 오가는 풍경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열리는 해운대모래축제가 '모래로 만나는 세계여행'을 주제로 오는 5월 20일부터 23일까지 개최된다. 에펠탑, 피라미드 등 각 나라의 랜드마크를 모래로 표현한 작품 15점이 선보인다.

폐역이 된 동해선 해운대역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부산 지하철 2호선 해운대역과 붙어 있다. 해운대 바닷가와 걸어서 10분 거리라 바다와 접근성도 좋다.



부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