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어제 2분기 전기요금의 핵심 요소인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키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한전은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h당 3.0원 인상안을 정부에 제출했지만 정부의 유보 의견 통보로 무위로 돌아갔다. 정부는 코로나19와 물가급등을 이유로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결 요인이 새롭게 불거진 게 아니어서 전기료 인상에 거부감을 느낀 새 정부 눈치보기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원자재가 추이에 따라 연료비를 정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분기별로 시행하기로 했다. 유가 등이 지난해부터 치솟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총 6차례의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 중 정부에 의해 동결된 게 4차례나 된다. 연료비 연동제가 유명무실화된 것이다. 이러는 사이 한전 적자는 지난해 5조8000억원이 넘었고 올해는 그 폭이 20조원 가까이 확대될 전망이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보궐 선거와 대선이 열리는 시기에 동결되는 등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전기요금 구성 항목 중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을 합쳐 대선이 끝난 뒤인 올 4월부터 ㎾h당 6.9원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정부의 책임 회피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월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 공약으로 맞섰다. 결국 현 정부와 새 정부가 한전 적자 규모를 고려해 예고된 요금들은 올리되 정작 인상이 시급한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게 정석이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게 이를 무시해서 아닌가. 정치 논리로 전기료 인상을 미루는 건 미봉책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당분간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텐데 일시적으로 요금을 눌러봐야 압박만 키우게 된다. 윤석열정부는 문재인정부를 반면교사 삼아 인위적 전기요금 개입을 포기해야 한다.
[사설] 정치 논리로 또 동결된 전기료 연료비 조정단가
입력 2022-03-30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