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사택 수리해주고 공부방 선물… “형제교회 응원에 섬김 소명 되새겨”

입력 2022-03-30 03:01
경북 상주봉천교회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지난해 새롭게 리모델링한 교육관에서 공부하고 있다. 상주봉천교회 제공

1960년 설립된 경북 상주봉천교회(윤성식 목사)는 어르신 10여명이 출석하는 작은 농어촌교회다. 조용한 교회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 건 2009년 부임한 윤성식 목사가 2019년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공부방을 열면서부터다. 윤 목사와 양혜원 사모가 직접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면서 교회는 아이들의 목소리로 떠들썩해졌다. 그러나 부임 7년 만에 새신자가 처음 등록했을 정도로 교회 상황은 어려웠다. 여기에 아이들 교재비와 간식비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져 윤 목사 부부는 13년간 지낸 사택에 도배 한 번 못하고 살았다.

이들에게 서울 성락성결교회(지형은 목사)가 손을 내밀었다. 성락성결교회 더나눔부 소속 성소사랑팀은 지난해 사택을 도배하고 장판을 새로 깐 데 이어 이달에는 화장실을 고쳤다. 이성도 성락성결교회 장로는 29일 “사역하느라 자신들의 집은 돌볼 겨를이 없었던 윤 목사님 부부의 사연을 듣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윤 목사 부부의 사택은 지은 지 40년 넘은 건물로 화장실은 욕조가 뜯겨나가고 곰팡이가 피는 등 많이 낡은 상태였다. 성락성결교회 성도들은 2박 3일에 걸쳐 바닥부터 배관까지 공사를 진행하며 화장실을 새롭게 탈바꿈시켰다.

상주봉천교회가 받은 사랑은 이뿐만이 아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는 교육관은 경기도 양지온누리교회(도육환 목사)의 선물이다. 이 교육관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교육관이 생기기 전 아이들은 모일 장소가 없어 예배당 장의자를 한쪽으로 치워 놓고 공부했다. 지난해 이 소식을 들은 양지온누리교회 한 집사가 틈나는 대로 교회를 찾아 창고를 교육관으로 리모델링하던 중 다른 작업장에서 사고를 당했다. 그 후 3~4개월 멈춰 있던 공사를 양지온누리교회 성도들이 이어서 마무리했다. 공사에 참여한 최재수 양지온누리교회 집사는 “작은 섬김으로 아이들이 새로운 교육관에서 마음껏 공부할 수 있게 돼 참 기뻤다”며 “이 인연으로 우리 교회 성도들이 주일마다 순번을 정해 상주봉천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등 꾸준히 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목사 부부는 형제교회 사랑에 힘입어 목회 소명을 되새겼다. 윤 목사는 “농어촌교회에 부임한 뒤 낙심한 채 절망 속에 있던 날이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공부방을 시작했다. 이를 하나님께서 보시고 은혜를 주신 것 같다”며 “교회들의 응원을 받아 다시 아이들과 어르신들을 잘 섬기겠다”고 밝혔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