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리포트] 끊임없는 절차 문제… 완공 예정 2022→2023→2024 ‘고무줄’

입력 2022-03-29 20:45
경기도 이천시립화장장 예정지인 이천시 부발읍 수정리 일대 모습. 이천시립화장장은 당초 올해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주민 동의와 의견 수렴 등 절차에 대한 문제가 계속 제기되면서 건립이 지연되고 있다.

경기도 이천시가 여주시와 경계지역인 이천시 부발읍 수정리 산11-1번지 일원에 추진하는 이천시립화장장 건립이 지연되면서 각종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천시립화장장 완공 예정일은 계획 단계에서는 2022년, 그 후 2023년으로 수정됐다가 지난 2월 28일 다시 2024년 12월로 변경됐다. 주민 동의와 의견 수렴 등 절차에 대한 하자가 끊임없이 제기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천시민 대다수는 시립화장장 건립에 동의하고 이견이 거의 없지만 여주시와 경계지역에 위치한 혐오시설인 화장장이라는 점과 맞물려 후보지 선정 때부터 끊임없이 절차 문제로 논란이 발생했다. 또 화장장 선정지가 경강선 부발역 역세권에 위치해 이를 두고 도시발전 등 미래를 위해서 타당한 지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이들도 여전히 적지 않다. 화장장 건립에 반대하는 인근 여주지역 주민들과 수정리 일부 주민들은 후보지 선정 당시부터 선정 이후 진행 과정에서 자신들은 철저히 소외됐다는 불만이 팽배한 상태다.

절차상 하자는 경기도 투자심사위원회의 지방재정 투·융자 심사 결과 이행과정에서 발생했다. 경기도는 2021년 2월 이천시가 투자하는 시립화장장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사전 심의하면서 “지역주민 및 인근 주민의 반발 대응 방안, 갈등해소 방안 마련 후 추진”이라며 조건부 승인했다. 경기도는 이 결과를 이천시에 통보하면서 도 예산담당관 전결로 “명시된 조건을 반드시 이행 후 추진”이라고 적시했다.

이천시립화장장 예정지인 이천시 부발읍 수정리 부지에 28일 화장장 설치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하지만 이천시는 갈등 해결에 소극적이다. 여주시 관계자는 29일 “올해 2월 A4 용지 한 장 분량의 갈등 완화 제안서 공문만 보내와 주민들과 논의를 거쳐 최근에 ‘입지를 재선정해달라’는 내용의 답변서를 보냈다”며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제안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천시 측은 “여주 주민들이 응하지 않으니 우리대로 진행한다”면서 “도비 지원을 안 받으면 된다”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이천시는 공원시설 확대를 이유로 화장장 건립 사업비를 대폭 늘렸다. 공원조성 및 자연장지 확대를 위해 부지면적을 당초 1만1995㎡에서 17만9852㎡로, 사업비도 128억원에서 약 350억원으로 모두 대폭 확대했다. 이천시는 지난달 28일 사업지와 사업비 확대에 따른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이천시는 “혐오시설인 화장장을 최소화하고 공원화 사업을 통해 시민들의 휴식공간을 대폭 늘리는 과정에서 예산 확대가 불가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선 사업비 확대 이면에 토지 수용 단계에서 토지주들의 전부 수용 요구로 인한 보상비 급증과 주민 반발, 특히 여주시와 협의의 어려움을 고려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초 계획보다 200억원 이상 대폭 확대된 사업비로 인해 이제는 중앙정부의 투·융자 심사를 받아야 하고 별도의 환경영향평가도 받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의 심사가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도 투·융자 심사시 지역주민 및 인근 주민의 반발 대응 방안, 갈등해소 방안 마련 후 추진이라는 조건부 승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안전부의 투·융자 심사를 받게돼 결과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여주시와 합의가 안 되니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앙에서도 실사하고 지역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정철 화장장추진위원장은 “계획단계부터 화장장을 혐오시설화하지 않겠다는 방침 아래 부지면적 확대 가능성은 열고 시작했다”면서 “연수원 등 복합시설이 함께 들어와 죽음만 생각나는 것이 아니라 뭔가 활기찬 일들이 벌어지는 방안이 없겠냐는 논의가 지속됐다”고 부지확대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화장장 예정부지 인근 여주시민들에겐 이득은 없고 불편한 일이어서 충분히 검토하고 논의해보자고 여주시에 수차례 얘기했다”며 “여주시장과 시의회는 여주시민들을 이천에서 싸움박질을 하게 해놓고 뒷짐을 지고 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여주와는 언제든 협의할 용의가 있다. 시나 시의회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고 협상 의지를 분명해 했다.

이천시는 2019년 5월 부지 1만1995㎡, 연면적 3000㎡(지하 1층, 지상 2층) 화장로 4기, 사업비 128억원(국비 41억원, 도비 3억원, 시비 84억원) 규모의 시립화장장 건립 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관련 조례 제정, 주민지원계획 결정, 건립추진위원회 구성, 후보지 공모, 현지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 2020년 8월 부발읍 수정리 산11-1번지 일원을 최종 후보지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후보지 선정 배점 기준의 편향성 논란과 주민공청회 개최 여부 등 절차적 하자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고, 후폭풍으로 엄태준 이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까지 진행됐다. 주민소환투표는 유효 서명인 수 부족으로 철회됐다.

이천=글·사진 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