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했다. 20대 대선이 치러진 지 19일 만이다.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으로는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울 정도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신구 권력 갈등이 해소 국면에 접어들고 큰 틀에서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다만 단독 면담이 이뤄지지 않았고,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한 협력의 구체성이 부족한 것은 아쉬움이 컸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청와대 상춘재에서 3시간 가까이 만찬을 함께 하며 국정 전반에 대해 흉금을 털어놓고 대화를 나눴다고 동석했던 윤 당선인 측 장제원 비서실장이 전했다. 두 사람은 먼저 당선 축하와 초대 감사 인사를 나눴다. 특히 윤 당선인이 “국정은 축적의 산물이다. 잘 된 정책은 계승하고 미진한 정책은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이 “나의 경험을 많이 활용해 달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원만한 정권 인수인계를 위한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대 갈등 현안이었던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와 관련, 문 대통령은 예산 등과 관련해 적극적인 협조 의사를 밝혔다. 또 그동안 논란이 됐던 인사 문제와 당장 시급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선 양측 실무진이 계속 논의해 나가기로 해 양측 간 원만한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서도 공감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외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그야말로 시급한 국정 현안이 산적해 있다. 코로나19 대처 등 민생과 각종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초당적 협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두 사람은 역지사지의 자세로 상대를 배려하고 협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두 사람 회동 이후 양측에서는 상대를 비방하는 어떤 감정적 발언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또 두 사람은 앞으로도 국정 주요 현안과 관련해 직접 논의해야 할 사안이 있으면 언제든 다시 만나고 수시로 전화 통화 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신구 권력 충돌을 바라보는 국민은 불안과 걱정에 휩싸였다.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국민 통합이 이뤄지고, 신구 권력 간 인수인계 과정에서 한치의 국정 공백도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사설] 文·尹 회동, 신구 갈등 해소 계기 됐으나 아쉬움도 컸다
입력 2022-03-29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