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KCGI 보유 한진칼 지분 인수… 경영권 분쟁 재점화?

입력 2022-03-29 04:05

호반건설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에서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이로써 호반건설은 한진칼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반건설은 한진칼 주식 940만주(13.97%)를 5640억원에 인수했다고 28일 공시했다. 포함돼 있는 콜옵션까지 행사하면 전체 주식은 1186만6917주, 지분율 17.43%에 이른다. 주식 인도 예정일은 다음 달 4일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진칼 주요 주주는 조원태 회장과 특수관계인(20.79%), KCGI(17.27%), 반도건설(16.89%), 델타항공(13.10%), 한국산업은행(10.50%) 등이었다.

호반건설은 주식 취득 목적을 주주총회 의결권만 갖는 단순 투자라고 밝혔다. 배당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일반 투자’나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하는 ‘경영 참여’와 다르다는 것이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다각화를 추진해왔는데, 이번엔 항공업을 중장기적 관점으로 보고 투자하는 것”이라며 “2015년에 금호산업 M&A에 참여했던 적이 있는 만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결합을 앞둔 현 시점에서 한진칼은 투자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호반건설은 2015년 아시아나항공 모회사인 금호산업 인수전에 단독 응찰했다가 채권단 거부로 무산됐었다.

KCGI는 보유 지분의 전량 매도 배경에 대해 “투자금 회수를 위한 여건이 성립됐다고 판단했다”면서 “지난 3년 반 동안 한진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부채비율이 낮아지고 재무·수익구조가 개선됐다. 독단적 경영행태에서 벗어나 여러 주주가 건전한 견제와 균형 역할을 하는 의사결정 체제, 기업지배구조가 갖춰졌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호반건설의 한진칼 지분 인수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2018년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며 2대 주주로 올라섰던 KCGI는 공개적으로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었다. 현재 최대주주인 조 회장과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 산업은행을 합하면 44.72%로 호반건설이 3자 연합을 이루더라도 위협적이지 않다. 다만 호반건설이 어느 쪽에 설지 명확치 않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