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속도감 있게 손질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검찰청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보고한 데 이어 법무부도 개정 필요성에 공감대를 보였다.
박범계(사진) 법무부 장관은 28일 출근길에 “일선에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다 따르려다 보니 불편하고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며 “골격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실타당성에 맞게 변화를 꾀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 임기 내 개정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인수위 업무보고 후 대검과 얘기해보려 한다”고 답했다.
법무부 훈령인 해당 규정은 2019년 12월부터 시행됐다. 규정에는 전문공보관으로 공보업무를 단일화하고 그 외 검사와 수사관의 언론 접촉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피의자의 혐의사실이나 수사상황 등을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못하게 하고, 예외적인 경우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서 내놓도록 했다. 검찰청사 앞 포토라인이 제한됐으며 사건관계인의 출석 정보 공개도 금지됐다.
법조계에선 규정 시행 이후 국민 알권리가 지나치게 침해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권력형 수사를 추적하는 보도가 제한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가 진행되던 시점에 규정이 마련됐고, 처음 열린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에 대한 것이라는 점에서 규정의 본 취지와 관련한 뒷말도 많았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피고인들 공소장을 비공개한 근거로 해당 훈령을 언급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에도 해당 훈령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헌법소원이 접수된 상태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달 15일 헌법소원을 내면서 “언론에 보도되는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의 방패막이로 해당 규정이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2020년 3월에도 사건 관계인의 출석과 압수수색 등 수사과정의 언론 촬영을 금지한 훈령 28조2항에 대한 심판 청구가 있었다.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가 유명무실하단 지적도 많다. 훈령이 시행된 후 전국에서 몇 번의 심의위원회가 열렸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심의위원의 성향과 구성에 따라 검찰이 원하는 대로 결과를 낼 수 있는 구조”라며 “위원회에 책임을 넘기고 공개 여부 결정의 속도만 늦춰지는 것이라 큰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개정 논의는 29일 법무부의 인수위 업무보고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도 검찰 공보 준칙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