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짙은 위기감이 드리우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공정위 국장 대신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전문위원으로 임명되는 등 벌써부터 ‘찬밥’ 신세다. 내부에서는 위기 돌파 차원에서 사무처장 주재 ‘릴레이 회의’가 한창인데, 내부에서는 회의를 위한 회의라는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평소 기업 규제 완화를 강조해왔고, 공정위가 역점을 두는 온라인플랫폼법과 관련해서도 최소한의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맞춰 공정위가 문재인정부 임기 내내 강조해온 온플법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공정위 업무보고에서도 온플법이 주요하게 다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위원들은 직접적으로 방향 수정을 요구하진 않았지만, 규제 완화에 무게를 실었다는 후문이다.
인수위 구성 면면을 봐도 공정위 의견이 반영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정위는 당초 국장급 1명, 과장급 1명을 파견하려고 했으나 결과적으로 과장급 1명만 받아들여졌다. 게다가 실무위원에 인선된 구성림 과장은 행시 49회로, 타 부처 실무위원보다 3~4기수 낮다. 대신 외부에서 온 전문위원 2명인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와 박익수 김앤장 변호사는 친 기업 성향으로 기존 공정위 정책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부에서는 신봉삼 사무처장 주재 ‘무한 회의’가 한창이다. 공정위 한 공무원은 28일 “사실상 사무처장이 원하는 결론이 나올 때까지 하는 회의”라며 “회의 도중 인신공격성 말이 오가는 등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탓에 구성원들이 상당히 지쳐있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도 “인수위 내에서도 현안 관련 의견 합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아무리 공정위 내부 회의를 한다 해도 뚜렷하게 갈피를 못 잡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