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건물 붕괴사고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벼랑 끝에 몰렸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시에 현산에 대한 ‘가장 엄중한 처분’을 요청했다고 28일 밝혔다. 최고 징계인 업계 퇴출을 요청한 셈이다.
국토부가 현산에 적용하기로 한 규정은 건설산업기본법 83조 10호에 따른 벌칙 ‘영업정지 1년’ 또는 건설업계 퇴출을 의미하는 ‘등록말소’ 두 가지다. 하도급사인 가현건설산업 역시 같은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권혁진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붕괴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인근 상가와 차량에 대한 물적 피해가 발생한 데다 추가 인명 피해 우려가 큰 점을 고려했다”면서 “통상적으로 지방자치단체는 국토부 의견을 수용했었다”고 말했다. 사실상 등록말소를 유도하는 발언이다. 국토부는 감리자인 건축사사무소광장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1년을 경기도에 요청했다.
서울시가 현산에 대해 건설업 등록말소를 결정하면 성수대교 붕괴 사고 이후 최초 사례가 된다. 건설 당국은 1997년에 성수대교 시공사인 동아건설산업을 퇴출했었다. 이후 25년간 부실시공과 관련해 19건의 행정처분 사례가 있었지만 모두 영업 정지였다. 그나마도 건설사에 타격이 더 큰 6개월 이상 영업정지는 19건 중 4건(21.1%)에 불과했다.
최종적으로 서울시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당분간 현산의 신규 수주는 불가능하다. 대신 이미 수주했거나 공사 중인 사업은 추진이 가능하다. 현산이 최근 수주한 서울 월계동 재건축 사업이나 경기도 안양시 재건축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다.
형사처벌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국토부는 시공사와 감리자에 대해 형사처벌이 이뤄지도록 경찰 고발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형이 가능하다. 광주 서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는 현산 본사 차원의 책임 소재 등을 따지기 위해 현산 대표이사를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시공사 측의 인력 배치 등 문제를 확인하는 단계에서 회사 최종 결재권자인 현산 대표이사 등도 소환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재발 방지책도 이날 공개했다. 부실시공의 원인을 제거하고 국토부의 제재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일단 발주자에 적정 공사기간 설정 및 공사비용 제공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일정에 쫓겨 부실시공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감리자가 공사중지권을 행사해 시공사에 손해가 나도 고의·과실이 없다면 면책특권을 주기로 했다. 사망 3명 또는 부상 10명 이상, 재시공이 필요할 정도로 부실시공한 경우는 국토부가 직접 제재를 가한다. 벌칙은 무조건 ‘등록말소’다. 권 국장은 “국토부 직권 처분 등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으로 가능한 부분은 즉시 관련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광주=장선욱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