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2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참석해 무릎을 꿇었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김 의원은 앞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장연 시위를 두고 불특정 다수의 불편을 볼모로 삼는 시위라고 비판하자 대신 사과하겠다며 현장을 찾았다. 김 의원이 ‘무릎 사과’한 이날도 이 대표는 “비문명적 관점으로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김 의원은 전장연 회원들이 시위를 위해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 모인 이날 오전 8시쯤 안내견 ‘조이’와 현장에 나타났다. 그는 “이 대표의 SNS 내용을 듣고 같은 당이지만 조금이라도 (장애인들에게) 힘이 되고자 참여했다”며 “나는 국회의원 이전에 장애인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시각장애인 당사자”라고 소개했다. 발언을 계속하던 김 의원은 연신 “죄송하다”고 말하다 무릎을 꿇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박경석 전장연 상임대표는 한동안 고개를 떨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의원은 무릎을 꿇은 채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공감하지 못하고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 점에 정치권을 대신해서 사과드린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시민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상상만 해도 불편하고 짜증 나는 일”이라며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한 일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게 해서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했다. 김 의원은 전장연 시위 참석자들과 함께 지하철에 탑승해 4호선 충무로역까지 이동했다.
이날 출근길 시위는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부터 4호선 혜화역까지 약 1시간가량 진행됐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피켓을 들고 지하철에 탑승하는 바람에 운행이 지연되자 지하철 곳곳에서 “아침부터 이게 뭐야”라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하철에 탑승해 있던 60대 남성 A씨는 “전장연이 시위할 때마다 20분씩 늦는다”며 “이 대표가 올린 글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시위에 공감을 표하는 의견도 있었다. 50대 여성 B씨는 “장애인 단체가 출근길 시위를 선택한 것은 그만큼 간절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장애인 단체도 어떤 원성을 들을지 알면서 했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빨리 해결돼 시위가 더 길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민 불편으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박 상임대표도 연설 도중 “여러분의 불편함도 알고 있다. 저희의 마음도 불편하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각종 단체가 집회와 시위를 강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전장연의 시위를 비판했다. 이어 “이것이 용납되면 사회는 모든 사안에 대해 합리적 논의와 대화가 아닌 가장 큰 공포와 불편을 야기하기 위한 비정상적인 경쟁의 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임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29일 오전 지하철 출근길 시위 현장을 찾아 전장연 측의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김판 백재연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