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사고, 무단 설계 변경·콘크리트 불량… ‘후진국형 인재’

입력 2022-03-29 04:03
국토교통부가 28일 ‘광주 붕괴사고’를 낸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법이 정한 가장 엄중한 처벌을 내려줄 것을 서울시에 요청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모습. 연합뉴스

지난 1월 11일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는 무단 설계변경과 지지대(동바리) 조기철거, 콘크리트 양생 불량 및 부실한 감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총체적인 부실 시공에 인건비 절감을 위해 인력배치를 줄인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안전불감증이 더해지면서 후진국형 붕괴 참사를 불렀다.

광주 서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광주경찰청)는 사고 발생 76일 만인 28일 중간수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구체적 붕괴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지목했다고 밝혔다. 우선 201동 39층 옥상층 바닥 시공을 데크플레이트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PIT층에 콘크리트 지지대를 추가 설치해 하중을 크게 증가시켰고, 36~38층 3개층 지지대를 설치하지 않아 콘크리트 천장을 떠받칠 지지력이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흡한 품질관리로 하부층 콘크리트가 적정 강도에 이르지 못해 39층 바닥 등이 1차 붕괴된 후 23층까지 총 16개층이 연쇄적으로 무너진 것으로 밝혀졌다.

현산 현장소장 등은 이 과정에서 적절한 구조검토 없이 하도급업체가 데크플레이트 공법으로 변경하는 것을 묵인했고, 39층 타설에 앞서 동바리 설치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았다. 현산 품질관리자 역시 콘크리트 품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고, 양생 과정도 소홀히 했다.

현산은 화정아이파크 1·2단지 품질관리자를 단지별 3명씩, 모두 6명 두기로 했으나 실제 업무는 1명이 전담 처리하도록 했다. 수사본부가 현산 본사 차원의 과실과 책임규명에 집중하는 이유다.

하도급업체 현장소장 등은 콘크리트 압축강도 시험 없이 지지대를 해체했고, 공사 지연을 우려해서 공법 임의변경을 통해 공사 하중을 증가시켰다. 감리는 공사 주요 단계마다 설계도대로 시공되는지 확인하고 다르게 진행되면 시정, 공사중지 조치를 해야 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수사본부는 하도급 업체가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불법 재하도급하고, 부동산 시행업체 대표가 아파트 부지 매입 후 이전등기를 하지 않고 양도세 등을 포탈한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또 하도급업체가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재하도급 업체 사장에게 일괄 지급한 뒤 다시 지급한 증거를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부동산 시행업체 대표가 23필지 상당의 아파트 부지를 사들인 뒤 이전등기를 생략해 양도세를 내지 않은 경위도 수사 중이다.

수사본부는 앞으로 다른 붕괴사고를 막기 위해 감리원 자격을 강화하고, 적극적 감리 수행으로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 민사책임을 면하도록 하는 등 감리 권한·독립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품질관리자는 겸직 없이 품질관리 업무에만 전념하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광남 수사 부본부장은 “불법에 상응하는 책임을 끝까지 묻기 위해 엄정한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