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은 잊어라”… 앞다퉈 메타버스 타는 글로벌 빅테크

입력 2022-03-29 04:04

글로벌 주요 빅테크 업체의 시선이 메타버스로 쏠린다. 앞으로 인터넷 세상이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기대감이 증폭하면서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도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메타버스용 기기를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 대표이사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 16일 주주총회에서 “고객이 언제나 메타버스 경험을 할 수 있게 최적화된 메타버스 디바이스와 솔루션을 개발하겠다”고 밝혔었다. 삼성전자는 한때 ‘가상현실(VR)’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했었다. 2014년 오큘러스와 협업해 ‘기어 VR’을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지원을 중단하며 사실상 단종했다. VR 시장이 기대만큼 활성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장 환경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XR) 등이 메타버스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이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몸집을 불릴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VR·AR 기기 시장은 2020년 대비 92.1% 성장한 1120만대를 기록했다. 올해도 출하량이 46.9% 증가하는 등 2026년까지 연평균 35.1%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 확대를 주도한 건 오큘러스의 ‘퀘스트2’다(사진). 점유율이 78%에 달한다. 오큘러스의 모회사는 메타(옛 페이스북)다. 메타는 지난해 사명을 변경하면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서 비전을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새로 개발하는 메타버스 기기는 기어 VR처럼 스마트폰을 삽입하는 형태가 아닌 퀘스트2처럼 높은 사양을 갖추고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기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는 여전히 모호한 측면이 있다. 메타버스에 진입하는데 VR·AR 기기가 필수적이지도 않다. 로블록스, 제페토 같은 메타버스 세계나 배틀그라운드 같은 게임은 스마트폰만 있어도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몰입형 3D 경험을 위해서 별도 기기가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다. 사용자가 만족할만한 수준의 콘텐츠를 구현하려면 고사양을 갖출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비슷한 시기에 ‘구글 데이드림’ 등의 VR 관련 사업을 접은 구글도 ‘프로젝트 아이리스’라는 이름으로 AR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2024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고, 자체 개발한 ‘텐서’ 프로세서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도 메타버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MS는 기업용 메타버스 플랫폼에 집중한다. MS는 지난해 11월 업무용 메타버스 기술인 ‘다이나믹스 365 커넥티드 스페이스’ ‘팀즈용 메시’ 등을 선보였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약 82조원)에 인수하며 게임을 기반으로 메타버스 확장도 노리고 있다. MS는 홀로렌즈 등 AR 기기도 내놓고 있다. 애플도 올해 혹은 내년 초에 AR기기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관련 정보의 유출로 잘 알려진 궈밍치 분석가는 애플의 VR·AR 기기는 M1급 칩셋을 탑재한 고성능 제품으로 VR과 AR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