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마리우폴 인근에 인도적 대피 명목으로 만든 임시 수용소가 실제로는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을 러시아로 강제 이주시키기 위한 ‘거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BC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위성 통신 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지난 22일 찍은 러시아의 베지멘 캠프 위성사진을 게재했다. BBC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인들이 이 베지멘 캠프를 거쳐 러시아의 먼 곳으로 강제 이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마리우폴 동쪽 베지멘에 위치한 이 임시 수용소를 ‘여과 캠프’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체첸 전쟁 때 수천명의 체첸인이 러시아가 만든 임시 수용소에서 잔인하게 심문받고 실종됐던 모습이 겹쳐진다고 했다.
마리우폴 난민인 이리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들과 벙커에 숨어 있는데 러시아군이 안전을 위해 떠나라고 했다”며 “러시아 검문소까지 4㎞를 걸었고, 그곳에서 더 동쪽으로 이동해 친러 반군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지역까지 갔다”고 전했다. 이리나는 “일단 그곳에 가면 DPR에 남을지 러시아로 갈지 결정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뜻이었다. 러시아에 있는 또 다른 마리우폴 난민도 “우리 모두가 강제로 끌려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약 4만명이 러시아로 강제 이주당했다고 추산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 내에서 경제적으로 침체된 여러 도시로 보내지고 있다”며 “이들은 러시아 고용 센터를 통해 공식 고용 제안을 받는데, 여기엔 2년 동안 러시아 지역을 떠나는 것이 금지된다는 조항도 있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