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다시 U턴… 또 생사기로

입력 2022-03-29 04:02
한 남성이 28일 경기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의 정문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과 체결한 인수·합병(M&A) 투자계약이 자동해제됐다’고 공시했다. 뉴시스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자동차 인수가 무산됐다. 새우가 고래를 품는 기적은 결국 일어나지 않았다. 쌍용차는 투자계약 해제를 통보하고 재매각 절차에 나섰다. 하지만 새 주인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쌍용차는 지난 1월 10일 체결한 에디슨모터스와의 인수·합병(M&A) 계약이 자동해제됐다고 28일 공시했다. 에디슨모터스가 지급 기한 안에 인수대금을 납입하지 않아서다. 서울회생법원은 회생계획안 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 5영업일 전인 지난 25일까지 잔여 인수대금 2743억원을 납입하라고 에디슨모터스에 명령했었다.

에디슨모터스는 관계인집회 기일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쌍용차와 매각주간사 EY한영회계법인은 거부했다. 쌍용차는 “M&A 절차 공고 이전부터 이미 거래소 공시, 언론 보도 등으로 일정이 익히 알려져 있었다. 인수인이 이를 고려해 투자자 모집 등을 준비했어야 한다. 관계인집회 연기 요청을 받아들였는데 그때 무산되면 재매각 추진 등의 새로운 회생방안을 모색할 기회마저 상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디슨모터스는 강하게 반발한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 관계자는 “여전히 에디슨모터스의 전기차 기술로 쌍용차를 회생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관계인집회 연기는 관리인단의 비협조적인 태도 때문이었고, 운영자금까지 빌려준 상황에서 쌍용차의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계약 해제로 에디슨모터스는 이미 납입한 305억원을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지난해 6월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했던 시점으로 돌아가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쌍용차는 신속하게 재매각을 추진해 새로운 회생계획을 법원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보일 후보로는 카디널 원 모터스(HAAH오토모티브 새 법인), 인디EV 등이 거론된다. 쌍용차는 당시 M&A 절차를 시작할 때보다 경영상황이 현저히 좋아졌기 때문에 새 주인을 찾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개발 여부가 불확실했던 전기차 ‘J100’은 오는 6월 말 출시를 앞두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내년 하반기에는 ‘U100’을 내놓을 예정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아직 출고하지 못한 물량이 약 1만3000대”라며 “반도체 등 부품 수급 문제만 해결된다면 생산라인을 2교대로 가동해야 할 정도로 회사 운영이 정상화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정용원 쌍용차 법정 관리인은 “최단 시일 안에 재매각을 성사시켜 이해관계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장기 성장 토대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에서는 재매각이 쉽지 않다고 본다. 지난해 입찰 때에도 에디슨모터스가 사실상 유일한 입찰자였다.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법원에서 회생절차를 폐지하고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다만 쌍용차 청산은 5월에 출범하는 새 정부에 상단한 부담을 줄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래 성장동력이 부족한 쌍용차를 인수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새 정부 들어와서 가장 큰 폭탄을 안았다고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쌍용차의 주채권 은행인 KDB산업은행이 관리를 하면서 구조조정을 단행한 뒤, 새 주인 찾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