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권, 장애인들의 권리 보장 요구 외면해선 안 돼

입력 2022-03-29 04:02
장애인 단체가 28일 출근 시간대에 서울지하철 경복궁역사 안에서 진행한 시위에 시청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동참했다. 장애인 권리 보장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우리 사회 전체가 귀담아듣고 응답해야 할 당사자들의 절실한 요구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김 의원은 승강장에서 무릎을 꿇고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지하철 이용 시민들에게도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한 일 때문에 여러분들이 불편을 겪게 해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장애인들의 지하철 시위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불특정 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친다는 점에서 부정적 여론도 적지 않다. 하지만 비난의 화살을 장애인들에게 돌리기에 앞서 그들이 그런 행동에 나선 배경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애인들은 정부와 우리 사회가 특별한 관심을 갖고 챙겨야 할 약자 중의 약자들이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은 이동권 보장, 탈시설, 평생교육, 활동 지원 등의 예산 확충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관련 예산을 늘려오고는 있지만 속도가 느리고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삶을 누리기에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서울은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재정 형편이 좋지 않은 대다수 지자체들은 여건이 열악해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펴낸 ‘2021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장애인 복지예산 비율은 0.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2%)의 3분의 1도 안 된다. 경제 규모 세계 10위의 선진국이라기에는 부끄러운 현실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곧 집권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시민 볼모 삼은 무리한 요구’ ‘비문명적인 불법 시위’라며 연일 비난을 퍼붓고 있다.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력이 부족한 것 아닌가. 이 대표를 포함해 정치인들이 우선시해야 일은 장애인들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어야 한다. 시위를 멈출 수단은 비난이 아니라 관련 제도 정비 및 예산 확충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