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쿠리 선거’ 노정희 위원장 거취, 국회가 정리하라

입력 2022-03-29 04:05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3주가 지났다. 신구 권력의 충돌은 차츰 정리되고 있다. 당선인의 인수위원회는 각 부처 업무보고를 받으며 정권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은 원내대표를 새로 뽑아 진용을 정비했다. 선거 결과에 따른 혼란은 이렇게 제자리를 찾아가는데, 온 국민이 혀를 찼던 선거관리의 난맥상은 아직도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인수위가 요청한 간담회를 거부했다. 최악의 ‘소쿠리 투표’로 진행됐던 대선 사전투표 관리의 허점을 점검하고 재발방지책을 모색하려던 자리가 무산됐다. 업무보고 의무가 없는 독립기관이어서 간담회를 요청했더니 선관위는 “전례가 없다”며 응하지 않았다. 소쿠리 투표도 민주화 이후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실패작이었다. 전례 없는 일을 저질러놓고 전례를 들먹이며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선관위는 지방선거를 앞둔 터라 행정부의 선거 관여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점도 간담회 불응 사유로 제시했다. 선거를 앞뒀으니 재발을 막자는 것이고, 명백한 허점이 드러났으니 바로잡자는 것인데 중립성만 내세우고 있다. 백번 양보해서 선관위의 논리를 인정한다면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한다. 헌법상 독립기관임을 앞세워 책임을 피하려는 조직은 헌법상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추궁할 수밖에 없다. 선거 이후 국회는 이 사태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거대여당인 민주당에선 거꾸로 노정희 선관위원장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 지도부가 앞장서서 선관위의 무능과 노 위원장의 태만을 규탄했던 선거 전의 모습과 딴판이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었는지, 노 위원장은 별다른 쇄신책이나 재발방지책도 내놓지 않은 채 수하의 간부 몇 명에게 책임을 지우는 인사 조치로 어물쩍 넘어가려 하고 있다. 소쿠리 투표 사태가 이렇게 끝난다면, 우리 공직사회에 정말 나쁜 전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