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생존전략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수십년을 이어온 글로벌 분업은 미·중 무역갈등,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기후변화 위기의 가속화로 탄소중립 실현은 필수 사항이 됐다. 기업들은 친환경적인 제품 개발과 함께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까지 찾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공급망 다변화로 꼽힌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와 배터리의 경우 주요 소재 해외의존도가 높다. 글로벌 분업 시스템이 잘 작동할 때엔 싸고 좋은 소재를 고를 수 있었지만, 자국 보호주의가 강화하면서 선택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네온, 크립톤 등의 특수가스 수급에 차질이 우려된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2019년 7월 일본이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불화수소 등의 소재 수출을 규제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정부와 기업들은 대외변수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소재·장비·부품을 국산화하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활발하다. 주요 기업들은 제품 포장 뿐만 아니라 각종 부품에도 재활용 소재를 속속 적용하고 있다.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전통산업에서도 친환경에 전폭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사업(CCUS)을 포함해 친환경 공법을 잇따라 개발·도입하고 있다. 정유 및 화학 업계는 수소연료 등 수소사업에 속도를 붙였다. 조선업계는 친환경 선박 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사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중소벤처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벌 공급망 변화 대응 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공급망 변화 대응을 위해 ‘준비가 됐거나 준비 중’이라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준비 계획이 없다’는 응답이 69%, ‘준비할 계획’이라는 답변은 13%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