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국무총리는 47명이었다. 1987년 직선제 이후만 따지면 28명이다. 역대 최장수 총리는 1964년부터 70년까지 6년 8개월을 재임한 정일권 9대 총리였다.
총리의 권한은 헌법 86조와 87조에 명시돼 있다. 대통령을 보좌하며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 국무위원 제청권이 있고, 국무위원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총리의 역할은 ‘통할’보다는 ‘보좌’에, ‘해임’보다는 ‘건의’에 방점이 찍혔다.
총리 인사철이면 책임총리라는 말이 등장한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나눠서 총리도 책임 있는 역할을 하라는 주문이다. 역대 총리 중 책임총리에 가장 근접했던 인사는 김대중정부 첫 총리였던 31대 김종필 총리였다. 김 총리는 경제 관련 분야 장관 인사를 직접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JP가 유능해서가 아니라 DJP 연합 덕분이었다. 책임총리도 권력 지분을 가져야 가능하다. 노무현정부 시절 이해찬 총리가 책임총리 역할을 했다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대통령이 허락해준 것이다.
총리도 콘셉트가 중요하다. 첫 총리는 더욱 그렇다. 노무현정부 첫 총리는 고건이었다. 진보적인 노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보완하는 보수적인 행정 관료 출신이었다. 군사쿠데타 주역이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첫 총리로 이현재 전 서울대 총장을 임명했다. 학자로서의 명망과 운동권 학생들을 옹호했던 이력이 높이 평가됐다.
48대 총리이자 윤석열정부 첫 총리 하마평이 무성하다. 여러 이름이 나오는데, 지분을 가진 책임총리를 할 수 있는 인물은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유일하다. 득표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에 상관없이 대선에서 통합정부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안 위원장이 총리로 지명되면 콘셉트는 권력 분점이다. 다른 사람이 임명되면 콘셉트가 달라진다. 총리 콘셉트는 주로 대통령 이미지를 보완하는 쪽이다. 관전자 입장에서는 통합이나 화합, 분권이었으면 한다. 물론 권력을 잡은 사람들 입장은 다를 것이다.
남도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