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회동 늦었지만 진솔한 대화 자리 마련에 의미”

입력 2022-03-28 04:02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만찬 회동을 갖기로 합의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서로 진솔하게 대화할 자리가 마련됐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늦게 만나는 만큼 순조로운 권력 이양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야 할 것”이라며 회동의 실질적인 성과를 주문했다. 다만 “여론의 눈치 때문에 만들어진 자리인 만큼 형식적인 만남이 될 것”이라는 회의적인 견해도 나왔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27일 “역대 대통령·당선인 중에서 가장 늦게 만나는 만큼 성과는 어느 때보다 컸으면 좋겠다는 게 국민의 바람”이라며 “가뜩이나 신구 권력의 갈등을 불안하게 지켜보는 국민에게 두 사람의 통합된 모습, 순조로운 권력 이양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인사권 문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 등 주요 갈등 요소를 해소할 실마리가 이번 회동에서 나오길 기대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청와대가 안보 공백으로 집무실 이전을 반대한다고 했는데, 밖에서 각자 얘기하면 내막을 모를 수 있다”며 “대통령이 안보 문제가 무엇인지를 진솔하게 얘기하면 당선인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원장은 “인사 문제와 관련해선 임기가 한 달 남짓 남은 대통령이 과감하게 양보하는 모습이 대승적 차원에서 스스로 훨씬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북정책 등 국가 주요 이슈에 대한 철저한 인수인계도 주문했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작은 조직도 인수인계를 제대로 못 하면 새 지도부가 한동안 골탕을 먹는데, 정치적 갈등 때문에 인수인계가 본질을 잃어선 안 된다”며 “언론에 나오지 않은 현안의 깊고 미묘한 얘기들이 회동에서 나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최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등 위기 상황”이라며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눴던 대화 등 북한과 관련한 정보를 가능한 한 많이 전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원장은 “이번 만남이 잘 되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협치도 잘 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통령과 당선인의 관계가 단순히 신구 권력의 관계를 넘어서서 여야 간 협치의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측 모두 여론 눈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나다 보니 뚜렷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서로 협조하기로 했다’는 식의 추상적인 결과를 낸 뒤 6월 지방선거에서 이를 각 진영 논리에 맞게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안규영 강보현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