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없이 만난다는데… 인사권·집무실 이전 문제 언급될 듯

입력 2022-03-28 04:02
2019년 7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후 환담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만찬 회동이 대선 19일 만에 전격 성사된 것에는 감사원 감사위원 인사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해소 수순에 접어든 영향이 크다.

지난 16일 예정됐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오찬 회동은 현재 공석인 감사원 감사위원 2명의 인선을 두고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이 충돌하면서 불발됐다. 청와대는 법에 따라 1명 이상의 감사위원을 임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윤 당선인 측은 최재해 감사원장을 포함한 3명의 감사위원이 ‘친민주당’ 성향이라고 주장하며 청와대를 압박했다. 문 대통령이 친민주당 성향의 인사 1명을 감사위원으로 추가 임명할 경우 의결정족수 4명을 채워 감사원이 새 정부 출범 이후 국정 운영에 발목을 잡는 정치적 감사를 할 것이라는 게 윤 당선인 측의 우려였다.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청와대는 지난 21일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23일에는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 인사의 사전 협의 여부를 두고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이 진실 공방을 벌였다. 신구 권력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회동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그러다 감사원이 직접 나서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감사원은 2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된 논란이나 의심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 측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감사위원 임명을 시도할 경우 해당 인사를 제청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감사원이 사실상 윤 당선인의 손을 들어주면서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이 기 싸움을 벌일 필요가 사라졌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27일 “큰 짐 하나가 사라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이번 회동과 관련해 의제를 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사전 교감과 의제 구분 없이 두 분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구 권력의 첫 대면 자리인 만큼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과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임기 말 공공기관 인사 문제 등 현안들이 자연스럽게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만나서 대화를 하다 보면 우리가 맞부딪치고 있는 국내적인 문제, 안보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국민께 의미 있는 결실을 전해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회동에서 문 대통령에게 5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편성 문제도 논의될 전망이다.

또 이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면 문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등 남아 있는 공공기관 인사 문제 등도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