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조직 이관 문제를 두고 20년 넘도록 이어온 해묵은 논쟁이 또다시 불붙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서로 자신의 조직에서 통상을 담당해야 한다면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외교부는 통상 교섭권이 있어야 경제안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산업부는 산업계 의견 조율과 같은 실무 강점을 피력하며 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평행선인 양측 입장을 바라보는 통상 전문가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담당 부처가 어디냐는 문제가 아니라 통상 전문 인력이 부족한 현실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조직적인 측면에서 보면 양쪽 다 장단점이 있다. 교섭 면에서는 외교부에 강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세계무역기구(WTO) 현지 교섭은 외교부 소속인 주 제네바 대사가 담당하고 있다. ‘큰 그림’을 보는 위치에 있지만 산업부가 통상 기능을 총괄하다 보니 힘이 실리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외교부로 이관되면 이 문제는 해결된다. 동시다발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해 본 경험도 외교부가 갖춘 자산이다.
약점도 있다. 외교부는 통상을 맡기 시작한 1998년 이후 통상 분쟁 대응 실적이 저조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외교부는 1999년 미국·유럽연합(EU)과 맞붙은 위스키 분쟁에서 패소했다. 2000년에는 미국과의 쇠고기 분쟁에서 패소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광우병 사태가 발생했던 것 역시 외교부에 통상 기능이 있을 때였다.
반면 산업부는 통상 분쟁 해결 실적에서 앞선다. 2013년 3월 산업부로 통상 기능이 이관된 이후 한국은 통상 분쟁 최종 판정 기준 100% 승률을 자랑한다. 2019년 4월 일본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출 관련 분쟁 발생 당시 1심 패소 후 2심에서 승소로 결과를 뒤집기도 했다. 일본의 수출 제한 대응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FTA와 직접적으로 이해관계가 있는 산업계와 공조가 원활하다는 점 역시 강점이다.
하지만 한계가 존재한다. 산업부에서 통상을 전문적으로 맡아온 인력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편이다.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 정도가 10년 이상 일관되게 통상을 해온 ‘국가대표급’ 통상 전문가로 회자된다. 산업부 내에서 통상을 맡는 인원의 빈번한 인사이동이 전문성을 키우기 힘들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통상 당국 출신 관계자는 27일 “한·미 FTA 체결 당시만 해도 통상 전문 인재들이 많았는데 산업부 이관 등 과정을 거치면서 인재 풀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를 봐도 정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외교부에서 통상을 총괄하는 국가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꼽힌다. 이에 반해 중국, 일본, 인도, 멕시코는 산업부가 통상을 총괄한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경우 독자 조직인 미국 무역 대표부(USTR)를 운영 중이다. EU는 집행위원회에서 통상 교섭을 총괄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밥그릇 싸움’을 벌일 때가 아니라 전문 인력 확보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에는 수년간 축적된 통상 업무 경험을 보유한 베테랑 인재가 해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해외 주요국처럼 십수 년간 통상만 맡는 인재를 육성하지 못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된 교섭력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