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14년 만에 최고가… 화물업계 “차라리 차 파는 게…” 한숨

입력 2022-03-28 04:02
27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서 경유(ℓ당 2463원)가 휘발유(ℓ당 2427원)보다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3월 4주 국내 주유소 경유 판매가격은 ℓ당 1918.1원을 기록해 약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휘발유 판매가격도 ℓ당 2001.9원으로 10년 만에 ℓ당 2000원을 넘어섰다. 권현구 기자

국제 유가 상승으로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계속 치솟으면서 기업 활동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유류비 비중이 높은 화물, 물류업계 등에서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경제 타격이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3월 4주 국내 주유소 경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15.6원 상승한 ℓ당 1918.1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8년 7월 4주(1932원)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치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도 전주 대비 7.5원 오른 ℓ당 2001.9원을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은 10주 연속 상승 중이며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ℓ당 2000원을 넘어섰다.

특히 한국의 휘발유 가격은 세계 평균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정보 웹사이트 ‘글로벌 페트롤 프라이시스’에 따르면 전 세계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 21일 기준 ℓ당 1.33달러였다. 한국 휘발유 가격은 이보다 25.9% 높은 1.68달러(1994.39원)였다. 한국은 집계 대상 세계 170개국 가운데 휘발유값이 42번째로 높았다. 한국의 경유 가격도 1.60달러(1902.47원)로 세계 평균(1.27달러)보다 25.8% 비쌌다. 한국은 집계 대상 169개 지역 가운데 경유 가격이 47번째로 높았다.


산업계에서는 국제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적자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달 7~15일 매출액 1000대 제조기업 151개사를 대상으로 ‘국제 유가 급등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70.1%는 유가가 150달러 이상일 경우 적자전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가가 200달러 이상 될 경우에는 응답 기업 모두 공장 가동 중단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3월 4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12.1달러로, 올해 1월(83.5달러) 대비 50% 가까이 상승했다.

특히 유류비 지출이 많은 화물차 운전사 등은 경유값 인상에 따른 경제 타격을 호소하고 있다. 박귀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정책국장은 “운송료가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유류비가 크게 늘고 있다 보니 25t 화물차 운전사 기준 한 달 순수입이 100만~200만원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다”며 “현장에선 차라리 차를 파는 게 더 낫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정책국장에 따르면 25t 화물차 운전사의 월평균 수입은 350만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최근 경유값 인상으로 한 달에 지출하는 유류비가 200만~300만원가량 늘면서 수입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한국교통연구원이 발간한 ‘2020년 화물운송시장 동향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화물 운전사의 평균 지출 중 유류비 비중은 42.7%에 이른다. 월평균 지출액은 유가보조금을 제외하고 252만8000원이었다. 최근 경유값 상승을 고려하면 올해 월평균 유류비 지출액이 400만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정책국장은 “지난해 요소수 파동이 있었을 때도 문제가 심각했는데, 유류비는 모든 화물차가 적용받는 사안이라 문제가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본다”며 “이런 상황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화물차가 운송하는 컨테이너, 시멘트, 철강 등 대부분 업종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지애 황인호 정진영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