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전통음악으로 국악계에 새로운 대안 제시합니다”

입력 2022-03-28 04:06
10주년 공연을 앞둔 국악그룹 우리소리 바라지가 지난 25일 서울 관악구의 연습실에 모였다. 왼쪽부터 정광윤(대금) 이준형(타악·소리) 김율희(소리) 최은혜(가야금) 조성재(아쟁) 강민수(타악) 최광일(피리). 이한결 기자

국악에 서양 악기를 더한 퓨전 국악 그룹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전통 악기로만 이뤄진 그룹으론 ‘우리소리 바라지’가 독보적이다. 대표인 조성재(아쟁)와 강민수(타악) 정광윤(대금) 이준형(타악·소리) 김율희(소리) 최광일(피리) 최은혜(가야금)로 구성된 바라지는 판소리 무속음악 산조 등 다양한 전통음악에 바라지만의 색채를 입힌 음악으로 국악계에 대안을 제시한다. 다른 그룹과 달리 이들 멤버의 스승인 한승석 중앙대 교수가 예술감독으로서 창작 작업을 함께하는 것도 바라지만의 특징이다. 다음 달 2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10주년 기념공연 ‘전(傳)하여 통(通)하다’를 갖는 바라지를 지난 25일 서울 관악구 연습실에서 만났다.

“이 연습실은 바라지의 첫 전용 연습실이에요. 1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각오로 나아가겠다는 바라지의 의지가 담긴 곳이죠.”(조성재)

바라지의 단초는 2000년대 중반 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 전수조교인 김오현 명인의 공연을 돕기 위해 아들인 김태영(타악)과 선후배·친구 사이인 강민수 조성재 정광윤이 모인 것이었다. 2008년 한 교수가 제대로 팀을 꾸려 창작 작업을 하자고 권하면서 만들어진 바라지는 2011년 광주 5·18 기념공연인 ‘자스민 광주’로 데뷔했다. 이 무대는 광주의 5월이 중동 자스민 혁명과 연대하는 메시지를 담아 남도의 씻김굿과 시나위, 타악, 무용 등으로 구성한 총체극이다. 그해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호평을 받으며 바라지를 단번에 국내 정상급 국악 그룹으로 인식시켰다.

“바라지가 팀을 만들고도 데뷔까지 꽤 시간이 걸린 것은 창작 작업의 특성 때문입니다. 한 교수님께서 다양한 전통 음악을 소재로 사설을 만든 뒤 저희가 기악과 소리로 선율을 만들고 다듬는 과정을 거칩니다.”(조성재)

“저희는 모두 전공 악기 외에 다른 악기를 연주하거나 소리도 합니다. 엄청난 연습이 필요해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가 빠져도 객원 연주자로 대체할 수가 없습니다.”(정광윤)

바라지가 발표한 음반은 2015년 ‘비손’과 2020년 ‘입고출신’(入古出新) 등 2장뿐이다. ‘비손’으로 월드뮤직마켓(WOMEX) 공식 쇼케이스에 선정되고 프랑스 폴란드 등의 음악축제에도 초청받았다.

“요즘 국악의 추세가 오리지널보다는 대중음악이나 서양 악기와 협업이 많지만, 유행이 돌고 돌아 결국은 전통으로 온다는 게 바라지의 신념입니다.”(강민수)

바라지는 초창기 멤버들이 무형문화재의 자제들이어서 ‘국악계의 성골’로 불렸지만, 전통 보존에 집착하진 않는다. 김율희는 레게와 전통 음악을 융합한 밴드 ‘소울 소스 meets 김율희’로 활동하고 이준형은 소리꾼의 고수이자 사물놀이 그룹 ‘느닷’의 멤버다.

바라지는 10주년 공연 1부에서 10년간의 음악을 압축해 선보이고 2부에서 미래 10년의 예술세계를 국악계 동료들과 공유한다. 한승석 예술감독과 함께 조성재의 동생인 트로트 가수 송가인도 특별게스트로 출연한다.

“이번 공연 티켓은 대부분 팔렸습니다. 송가인의 영향도 있겠죠. 하지만 굳이 송가인을 홍보 포인트로 내세우지 않은 것은 바라지에 집중해 달라는 뜻입니다. 처음으로 관현악과 함께하는 무대도 선보이고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조성재)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