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수익을 낸 4대 시중은행이 지방 지점을 줄이는 데 한창이다. 100세 시대를 맞아 고령 금융소비자의 ‘디지털금융 소외’ 문제를 해소하기는커녕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민일보가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의 전국 지점 수는 모두 3079곳으로, 전년 3304곳 대비 225곳(6.8%) 감소했다. 신한은행은 860곳에서 784곳으로 76곳을, KB국민은행은 972곳에서 914곳으로 58곳을 줄였다. 우리은행은 821곳에서 768곳으로 53곳을, 하나은행은 651곳에서 613곳으로 38곳을 줄였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해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14개 시도 내 지점 수를 가장 많이 줄인 곳은 KB국민은행이다. 325곳에서 292곳으로 33곳을 줄였다. 최근 5년간 통계를 봐도 결과는 비슷하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민은행은 모두 86곳의 비수도권 지점을 감축해 가장 많은 감소 폭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30곳, 하나은행은 29곳, 신한은행은 25곳을 각각 감축했다.
시중은행의 비수도권 지점 감소세는 최근 더 강해졌다. 4대 시중은행의 비수도권 지점은 2018년에는 11곳, 2019년에는 6곳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2020년에는 84곳, 지난해에는 69곳이나 줄었다. 이 같은 감소세에 대해 시중은행은 한국 사회의 ‘디지털 전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한 대응책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시중은행이 금융소비자 소외 문제에는 눈을 감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4대 시중은행이 단기 성과에 매몰돼 지점 줄이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 아니냐. 고령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수익성 개선뿐 아니라 지점 감소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중은행이 함께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에만 은행권은 이자이익으로 46조원 수익을 올리는 등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사상 최대 수익을 올린 바 있다. 최근 4대 시중은행을 아래에 둔 금융지주는 분기·중간 배당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4대 시중은행이 지점을 감축하는 속도를 고려하면, 10년 뒤에는 모든 시중은행이 인터넷은행이 돼 있을 것”이라며 “주주 이익 확대를 외치는 시중은행이 금융 소비자 권익 보호에는 얼마나 관심을 두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