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직원들은 KDB산업은행의 서울 여의도 본점 건물로 금감원이 이전하는 방안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에 따라 산업은행 본점이 부산으로 이전한 뒤 빈 건물로 금감원이 이사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금감원 관계자는 28일 “산은이 부산으로 내려가면 여의도 본점 건물은 우리가 쓰게 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인원 1964명 중 94%가량인 1840명(휴직·파견 등 인원 포함)이 1만4000여평 면적의 여의도 본사에서 근무한다. 2004년 증축한 뒤로도 인원을 다 수용하지 못해 인근의 전경련 회관 2개 층을 빌려 쓰고 있다.
반면 지상 8층의 산은 본점은 고도 제한 탓에 높이는 낮지만 면적이 3만평을 넘는 대형 건물이다. 대지 면적 자체가 넓어 비좁은 금감원 건물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근무 환경을 갖추고 있다.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도 가까워 출퇴근 여건도 좋은 편이다. 산은의 부산 이전설은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24일 “부산으로 산은 본점을 이전하겠다고 약속했으니 그대로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산은 측은 “본점 하나를 옮긴다고 부산이 금융 중심지가 되지는 않는다. 이전은 국가적 낭비”라며 이전 불가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금융권에선 금감원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여의도 잔류 근거는 대부분 본사·본점을 서울에 둔 민간·외국계 금융회사와 자주 접촉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검사의 적시성을 놓치지 않으려면 금감원이 서울을 떠날 수는 없다는 논리도 있다. 금융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은 금융감독 체계 개편 여부인데, 현재로선 이 또한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많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