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가 재건축·리모델링 규제 완화를 약속하면서 정비 시장의 기대감도 부풀고 있다. 새 정부는 용적률 상승,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개편, 수직증축·내력벽 철거 기준 마련 등 하나같이 녹록지 않은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일단 잠잠해진 집값이 이 과정에서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생긴 것도 부담이다. 시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5월 이후 정세를 낙관하며 재건축·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현대아파트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은 최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부담금 통보를 연기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서초구청에 제출했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인한 초과이익이 3000만원을 초과하면 초과액수에 따라 최대 50%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당연히 재건축 ‘사업성’과 직결돼 사업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왔다.
하지만 재초환 부담금 통보가 미뤄지면, 차기 정부의 재초환 기준 완화에 따라 수혜를 볼 수 있다. 차기 정부는 재초환 부담금 부과 기준 금액을 기존 3000만원에서 상향해 부과율을 인하하겠다고 공약했다.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부담금 감면 등의 내용도 담겼다.재건축 사업 추진 조합원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공약은 또 있다. 재건축 때 적용되는 용적률을 500%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장 먼저 마음이 들뜨는 건 용적률이 낮아 재건축은 꿈도 꾸기 어려웠던 1기 신도시와 강남 주민들이다.
현 정부의 재건축 규제를 피해 리모델링을 추진해 왔던 지역에서도 재건축으로 선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덕분에 리모델링 사업에는 뜻하지 않은 혼란이 닥쳤다. 경기도 성남 분당 신도시는 이런 분위기가 가장 잘 드러난 곳이다. 분당 재건축 추진 단지들로 구성된 ‘분당 재건축연합회’는 2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 어린이공원에서 주민 결의대회를 열고 성남시에 분당지역 노후 단지들의 정비예정구역 지정을 반영한 도시정비계획 조기 수립 등을 요구했다. 1기 신도시라 용적률이 높은 분당은 최근까지는 리모델링 추진 분위기가 더 활발했던 곳이다.
차기 정부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당장 집값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3월 3주차(21일 기준) 주간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나란히 0.1%씩 올랐다. 가격 하향 안정 이전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7주 연속 하향과 보합(0.00%)을 이어온 끝에 반등한 것이다.
시장의 기대도 들끓기 시작했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57.7로 전주(53.8) 보다 3.9포인트나 올라갔다. 자칫 집값을 안정하기 위한 조치가 매번 역효과로 이어졌던 현 정부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는 상황이다.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현 정부처럼 집값이 오르는 걸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못한다”라며 “단기적으로 집값이 상승하더라도 공급을 늘려 시장의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