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尹 회동, 신구 권력 갈등 끝내고 국민 통합 계기되길

입력 2022-03-28 04:03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우여곡절 끝에 오늘 만난다. 3·9 대선이 치러진 지 19일 만이다. 청와대는 지난 25일 윤 당선인 측에 “이른 시일 내에 윤 당선인과 만났으면 한다”는 문 대통령의 제안을 전했고 윤 당선인도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고 화답하며 회동이 성사됐다. 역대 가장 늦게 이뤄진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이라는 점에서 보이듯 대선 후 펼쳐진 신구 권력 갈등은 볼썽 사나울 정도였다. 양측 충돌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사면, 검찰총장 교체 여부, 한국은행 총재 인선 등 임기 말 인사권 등을 놓고 전방위로 이어졌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권력 이양기 이전투구였다.

만시지탄이지만 뒤늦게나마 회동이 성사된 것은 다행이다. 다만 국내 안팎의 상황으로 볼 때 대통령과 당선인이 단순한 상견례나 덕담에 그쳐선 안 된다.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감행하면서 레드라인을 넘어섰다. 문재인정부의 평화 프로세스가 사실상 무위로 돌아가면서 남북 관계를 재설정해야 할 때다. 우크라이나 사태 발 물가 위기와 한계에 부닥친 코로나 방역 상황은 우리 경제와 사회에 심각한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외교와 경제만큼은 진영이 아닌 국민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철학과 비전이 필요하다. 5년 간의 국정 운영 노하우를 갖고 있는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 간 심도 있는 대화와 공감대 형성이 절실한 이유다.

회동이 국민 통합의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도 돼야 한다. 대선 이후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모두 통합을 외쳤으나 행보는 딴판이었다. 의견이 다른 사안마다 자신들이 옳다는 독선을 보였다. 당선인 측은 청와대가 ‘대선 불복’을 하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대선 패배에 반성한다던 여당은 어느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언론개혁’을 내세우며 진영 정치로 회귀하고 있다. 대선 때 반으로 갈라진 나라의 생채기는 아물 새가 없다. 타협의 정치가 긴요한 시점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의 경우 청와대에서 예비비를 집행해주는 등 협조하되 당선인도 임기 첫날부터 인수위 사무실에서 보내겠다는 고집을 재고할 필요가 있겠다. 청와대가 임기말 고위직 및 공기업 인사를 중단하겠다는 언질을 주고 당선인은 부처 폐지 등에 유연함을 보이며 상생을 모색해야 한다. 보수 진보 간 첨예한 대립을 보인 사면 문제에서도 절충의 지혜가 발휘됐으면 한다. 회동이 아름답게 끝나면 여야 협치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진솔한 대화와 역지사지가 국민의 바람임을 잊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