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제왕적 대통령’ 탈피 원한다면

입력 2022-03-28 04:08

사람들의 기대가 큰 것 같지는 않다. 새 정권이 더 유능해 보여서가 아니라 현 정권에 대한 실망과 반감이 워낙 커서 권력이 교체되는 것이니까. 대통령 당선인 입장에서는 국민의 기대치가 낮다는 게 서운할 수도 있겠으나 큰 부담감 없이 시작한다는 이점은 있다. 일단 문재인정부가 추진했다가 실패하고 욕먹은 부분들을 반대로만 해도 일정한 성과를 내고 점수를 딸 수 있을 것이다.

새 정권에 바라는 가볍고 소소한 것들을 이야기하려 한다. 모두 애티튜드에 관한 것들이다. 옛 왕조 시대나 북한 정권을 연상케 하는 촌스러운 애티튜드를 벗어던지자는 얘기다. 또 윤석열 당선인이 진정으로 ‘제왕적 대통령’에서 탈피하고 싶다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스타일에 관한 얘기다.

우선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변했으면 한다. 기자회견을 가물에 콩 나듯 했던 문 대통령은 주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현안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대통령의 견해는 늘 중요하니까 언론은 수보회의 모두발언을 열심히 보도해왔다. 하지만 나는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하는 자리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내는 형식은 마치 국민에게 지시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 참모들과의 회의는 회의대로 하고,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은 정례화된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으면 좋겠다. 이것이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수평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이다. 윤 당선인도 최근 집무실 앞 천막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기자실을 한 달에 두 번꼴로 갔다며 본인도 그만큼 자주 가겠다고 말했다. 이 약속 꼭 지키기를 바란다.

대변인을 비롯한 참모나 여당 인사가 공개 석상에서 대통령에 관해 언급할 때 “대통령님께서 ○○ 하셨습니다”라는 식으로 높임말을 과하게 쓰는 것도 불편하다. “대통령이 ○○ 했습니다”라고 말한다고 불손해 보이지 않으며, 듣는 국민 입장에선 이게 훨씬 자연스럽다. 듣는 이(국민)가 대상(대통령)보다 높다고 생각한다면 대상에 대한 공대를 줄여서 말하는 것이 옳다. 최대한 높임말을 쓰는 것이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충심의 표현이라면 그건 제발 개인적으로 하시라. 박근혜 정권 때 있다가 지금은 사라져서 다행스러운 행태가 하나 있다.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무언가 잘못을 했을 때 공개적으로 “대통령님께 죄송하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왜 내가 저 충성 놀음을 보고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몹시 불쾌했었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권 인사들의 자화자찬과 대통령을 향한 낯 뜨거운 용비어천가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칭찬은 남이 해주는 것이지 스스로 하는 게 아니다. 문재인정부는 자화자찬이 지겨울 정도로 심했다. ‘K방역 최고다’ 타령이 계속되다 지금 결과가 어찌 됐는지를 보라. 치적을 사람들이 몰라줄까 봐 요란한 홍보에만 몰두하다 보면 문재인정부와 비슷한 말로를 맞게 될 것이다.

권력을 향한 아첨은 대개의 경우 목적의식이 뚜렷해서 자제를 요청한다고 줄어들기 어렵다. 아첨이 잘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권력자가 직접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용비어천가 부르는 이들을 단호하게 멀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벌써부터 불안하다. 윤 당선인의 특별고문이라는 사람이 최근 페이스북에서 윤 당선인을 당 태종 이세민에 빗대면서 “국민이 부른 윤석열. 그는 국민에게 끌려가서는 안 된다. 그의 외로움이 깊어지고 잠 못 이루는 밤이 깊어질수록 국민은 편안히 잠자리에 들 것이다”라고 위인전을 쓴 걸 보면 깊은 한숨이 나온다.

천지우 정치부 차장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