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은 ICBM 도발은 자해행위다

입력 2022-03-26 04:01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뒤 미국과의 대결을 선언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ICBM 발사 현장을 찾아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강조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제재 해제 등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 지지 않자, 본격적인 무력행사에 나서겠다는 선언이다.

북한의 ICBM 발사는 핵실험 및 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조치를 4년 4개월 만에 폐기한 것이고,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규탄한 것은 당연하다. 미국은 미사일 발사 1시간 만에 북한과 러시아의 미사일 관련 기관과 인사들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도 오늘 개최된다. 한반도의 안보 지형이 2017년 위기 상황으로 돌아갔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를 정찰위성이라고 속이지도 않았다. ‘무적의 핵 공격 수단’ ‘핵보검’ 등과 같은 자극적인 단어들을 사용하며 ICBM임을 분명히 했다.

미사일 성능도 향상된 것으로 평가된다. 미사일이 북한의 발표대로 ‘화성-17형’인지는 한·미 당국의 분석이 더 진행돼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종류에 관계없이 이번 ICBM은 정점 고도 6248.5㎞, 거리 1090㎞를 4052초간 비행했다고 한다. 미국 전역이 공격 범위에 있다.

이제 우리의 대응이 중요해졌다. 북한이 무력도발을 계속하면 우리 내부는 자주 분열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평화냐 전쟁이냐는 이분법적 설전이 벌어졌다. 북한의 도발은 이번 한 번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복구 정황이 포착된 풍계리 핵실험장일 수도 있고, 최대 사거리 시험을 위한 추가 발사도 가능하다. 무력 도발을 계속해 위기를 조성한 뒤 자신들의 요구를 강요하는 오래된 전략이다.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 비핵화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야 한다. 정치권도 모처럼 북한의 ICBM 도발을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대북 비판에 소극적이었던 문재인 대통령도 강도 높은 비판 메시지를 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북한이 도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북한 ICBM 발사를 막기 위한 협력을 요청했다.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고 우리의 대응 역량을 높여야 한다. 어렵고 힘든 북한 비핵화의 길이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