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서해수호의 날

입력 2022-03-26 04:10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초계 임무를 수행하던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를 맞고 침몰했다. 그날 해군 장병 46명은 끝내 부대로 귀환하지 못했다. 바로 천안함 피격 사건이다. 북한이 왜 이렇게 무모한 군사 도발을 했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1999년 제1 연평해전, 2002년 제2 연평해전, 2009년 대청해전에서 연달아 패한 북한이 장비가 절대적 열세인 함정 대신 잠수정을 이용해 설욕에 나섰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천안함 피격만큼 국내에서 진영 싸움이 치열한 사건도 드물다. 선체를 인양하기 전부터 온갖 음모론이 난무했다. 북한은 처음부터 날조극이라고 잡아뗐고, 음모론자들은 ‘기뢰설’ ‘암초 좌초설’ ‘미군 잠수함 충돌설’로 정부의 조사 결과를 부인했다. 왜 그렇게까지 북한의 도발 사실을 부인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비정상적인 논리가 난무했다. 신뢰를 받던 시민단체와 종합일간지를 포함한 일부 언론까지 가세했을 정도다. 선거나 여야 대치를 앞두고 우리 편은 무조건 옳다는 편가르기 탓이 컸지만 확인된 사실까지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집은 불편했다.

문제는 비상식적인 싸움이 아직 계속된다는 점이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3월 넷째 금요일을 국가기념일인 ‘서해수호의 날’로 정했다. 한때 우리 함정이 당했다는 생각에 치욕의 날이라며 부끄러워한 적도 있지만 희생된 용사들을 기리고 안보 태세를 다지는 계기로 삼자는 취지에 다들 공감했다. 하지만 첫해부터 기념식에 누가 참석했고, 누구는 참석하지 않았다는 갈등이 터졌다. 심지어 보훈처가 야당 의원들을 초청조차 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나온 때도 있었다.

25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제7회 기념식이 열렸다. 최근 안보를 유달리 강조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또 뒷말이 나온다. 북한의 ICBM 도발로 한반도 주변 정세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이용하는 저급한 정치는 이제 사라졌으면 좋겠다.

고승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