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잠재운 모래바람… 벤투호, 이란 깼다

입력 2022-03-25 04:06
손흥민이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A조 9차전 이란과 경기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넣은 뒤,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이 ‘숙적’ 이란을 꺾었다.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 이란과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던 대표팀은 11년 만에 악연을 끊어내는 데 성공했다. 대표팀은 홈 무패 행진 기록을 20경기로 늘렸고, 파울루 벤투 감독은 역대 A대표팀 사령탑 최다승 기록을 달성했다.

한국 대표팀은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A조 9차전 이란과 경기에서 2대 0으로 승리했다. 숙적 이란을 제친 대표팀은 최종 예선에서 7승째(2무)를 챙기며 승점 23점으로 A조 1위에 올라섰다. 반면 조 1위를 달리던 이란은 7승 1무 1패 승점 22점을 기록하며 2위로 떨어졌다. 대표팀이 오는 29일 아랍에미리트(UAE)전에서 승리하면 다른 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조 1위로 예선을 마무리하게 된다.

두 팀은 전반 초반부터 적극적인 압박 플레이를 펼치며 주도권 싸움을 벌였다. 이란은 전반 2분 수비의 패스 실수로 득점 기회를 잡았으나 김영권의 육탄 방어에 슈팅이 막혔다. 한국은 전반 10분 손흥민이 좌측에서 올린 크로스를 황의조가 헤딩으로 연결했지만, 골문을 벗어났다.

강한 압박으로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기선을 제압한 건 한국이었다. ‘에이스’ 손흥민은 상대 수비 4명이 압박하는 상황에서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이란의 골망을 흔들었다. 상대 골키퍼는 몸을 날렸으나 굴절된 공이 골대 안으로 향했다. 손흥민은 관중석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기세를 탄 한국은 이란을 밀어붙였다. 후반 초반 손흥민이 문전 앞에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쇄도하던 황의조가 다시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또다시 막혔다. 후반 4분에는 권창훈의 슈팅이 크로스바 위로 넘어갔다. 이란도 물러서진 않았다. 뒷공간을 노리는 패스를 시도하거나 중거리 슈팅을 때리면서 골문을 넘봤다.

한국은 후반 17분 추가 골을 만들어냈다. 황희찬이 왼쪽 측면을 파고들면서 건넨 패스가 이재성을 거쳐 김영권에게 연결됐다. 김영권은 침착한 슈팅으로 이란의 골망을 흔들었다. 17년 만에 이란을 상대로 기록한 ‘멀티골’이었다. 이후에도 유기적인 움직임과 패스플레이를 통해 기회를 만들었지만, 수비수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경기가 그대로 끝나면서 2대 0 승리가 확정됐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6만여명의 팬들은 경기가 끝나자 선수들을 향해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대표팀은 11년간 이어온 이란전 ‘무승의 한’을 풀어냈다. 대표팀은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1대 0으로 이긴 뒤 이란을 상대로 승리한 적이 없었다. 7차례 만났지만 3무 4패만 기록했다.

벤투 감독은 부임 후 28승(10무 4패)째를 거두며 단일 재임 기간 기준 A대표팀 최다승 사령탑에 이름을 올리는 겹경사를 맞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는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과 함께 27승으로 동률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9월부터 2017년 6월까지 대표팀을 지휘하면서 39전 27승 5무 7패의 성적을 올렸다.

벤투 감독은 홈경기 무패 기록도 20경기로 늘렸다. 2018년 9월 고양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친선 경기에서 2대 0으로 승리한 이후 홈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은 벤투호는 이날 승리로 홈경기 16승 4무를 기록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