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불필요한 긴장 고조” 규탄… 中은 ‘정치적 해결’ 강조

입력 2022-03-25 04:02
북한이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모습. 북한은 24일 오후 ICBM으로 추정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연합뉴스
미국은 24일 “북한의 이번 장거리 탄도 미사일 시험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 지역의 안보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위험과 긴장을 불필요하게 끌어올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북한이 지난 2월 26일과 이달 4일 시험발사에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실험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면서 향후 더 많은 ICBM 시험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도 성명을 내고 “우리는 북한이 오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한국·일본을 비롯한 역내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러한 행위를 규탄하고 북한이 추가로 불안을 야기하는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번 일이 미국 영토나 동맹에 즉각적인 위협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지만, 상황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미국 본토와 동맹국들을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한국과 일본의 방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여전히 철통같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ICBM 추정 발사체가 일본 열도 인근 해상에 낙하함에 따라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발사체 낙하지점은 홋카이도 도시마반도 서쪽 약 150㎞, 혼슈 아오모리현 서쪽 170㎞ 해상이었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 열도 인근 해안에 낙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 떨어진 것은 지난해 9월 15일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에게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을 지시했다. NSC 회의 후 참의원에 출석한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이번 발사는 일본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어떤 사전 통보도 없이 일본 EEZ 내에 떨어지도록 한 것은 항공기와 선박 안전 확보 면에서도 문제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비난했다.

반면 중국은 ‘정치적 해결’을 강조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관련 보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관련 각 측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 국면에 착안해 대화와 협상의 정확한 방향을 견지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을 추진하기 위해 공동으로 힘쓰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미국 등은 북한의 이번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놓고 유엔 안보리 회의 개최와 추가 제재를 요구할 전망이다. ‘화성-15형’ 발사로 2017년 12월 당시 채택된 유엔 안보리 2397호 결의에는 북한이 ICBM을 쏘면 이른바 ‘트리거’(trigger·방아쇠) 조항에 따라 안보리는 대북 유류 공급 제재를 강화하도록 했다. 다만 이 추가 제재는 5개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