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 스스로 선언한 핵실험 및 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조치를 4년 4개월 만에 폐기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직접 주재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ICBM 발사 유예를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평가한 만큼 향후 강경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될 가능성도 크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오후 2시34분쯤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고도는 6200㎞ 이상, 비행 거리는 약 1080㎞로 탐지됐다. 정상 각도(30~45도)보다 높여 쏘는 고각 발사인 것으로 추정된다.
합참은 미사일이 1시간 10분 이상 비행한 뒤 낙하한 것으로 파악했다. 속도는 마하 20가량으로 추정됐다.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의 신형 ICBM인 ‘화성-17형’과 4년 4개월 전 마지막으로 쏘아 올린 ‘화성-15형’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16일 세 차례에 걸쳐 화성-17형 시험발사를 진행했다. 이 중 16일 발사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은 화성-17형을 쏘면서 ICBM보다 사거리가 짧은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로 궤적을 속였다. 북한은 정찰위성 개발 시험이었다고 주장했지만, 한·미는 화성-17형의 성능시험 평가였다며 이례적으로 ‘사전 경고’를 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ICBM 시험발사를 강행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발사가 한반도와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한 것은 물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임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교체기에 안보에 한 치의 빈틈도 없도록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유관국 및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모든 대응 조치를 철저히 강구하라”며 “대통령 당선인 측과도 긴밀히 협력하라”고 주문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날 전화 통화를 갖고 북한의 ICBM 발사와 관련해 한·미 양국의 공동 대응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한·미 외교장관은 “북한의 이번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일 뿐 아니라 북한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ICBM 발사 유예를 스스로 파기한 것임을 지적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북한은 2018년 4월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20일 모라토리엄 철회를 시사한 지 두 달 뒤에 행동으로 옮겼다.
ICBM은 미국 본토를 직접 겨냥하는 무기여서 북·미 간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우려된다. 백악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뻔뻔한 위반”이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김영선 정우진 기자 ys8584@kmib.co.kr